성공한 벤처기업인 조현정(43) 비트컴퓨터 사장은 지난 12월 31일
한국경제신문을 읽다 갑자기 감전되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19면에 실린 "벌었으면 남 위해 쓰자"라는 제목의 칼럼이 눈에 번쩍 띄었기
때문이다.

기사를 읽다가 눈물이 핑 돌았다.

전파상에서 점원 노릇을 하며 어렵사리 일하며 공부하던 자신의 청소년
시절이 떠올랐다.

같은 나이 또래들이 교복을 입고 학교에 갈 때 그는 기름묻은 작업복
차림으로 심부름을 다녀야 했다.

요즘도 집안 사정이 어려워 학교에 제대로 다니지 못하는 청소년들이
수두룩하지 않은가.

"그래, 벌었으니 남을 위해 쓰자" 조 사장은 결심했다.

그는 현금 20억원을 출연, "조현정 학술장학재단"을 세우기로 한 것이다.

그는 경남 김해의 한 유복한 가정에서 자랐으나 부친이 돌아가신 후
가정형편이 어려워져 중학교를 중퇴할 수 밖에 없었다.

1971년 서울로 올라와 충무로의 한 가전제품 수리상에 취직했다.

고장난 물건을 고치는 데 남다른 흥미가 있던 그는 여기서 고물 라디오와
TV 등을 수리하며 기초기술을 닦았다.

골방에서 새우잠을 잤지만 그의 꿈은 야무졌다.

성공에 대한 믿음을 갖고 졸음과 싸워가면책을 뒤적였다.

검정고시를 거쳐 고교에 진학했고 이어 인하대 전자공학과에 들어갔다.

대학에서도 돈벌이와 공부를 병행해야 했다.

대학내 연구실에서 학생 교수들이 가져온 고장난 물건과 학교 집기들을
수리해주며 학비를 벌었다.

지난 80년대초 학교에 애플컴퓨터가 들어오면서 그는 컴퓨터 및 소프트웨어
프로그램과 첫 인연을 맺었고 이내 여기에 몰입했다.

83년 8월 대학생 신분으로 의료정보 소프트웨어회사인 비트컴퓨터를
창업하게 된 계기다.

그는 하루 평균 17시간을 개발에 몰입하는 열정으로 회사를 키워 지난해
1백6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달중 설립되는 조현정 학술장학재단의 수혜대상은 학생 교수 연구원 등.

어려운 가정환경을 적극적 사고로 꿋꿋이 극복해가는 엘리트 학생이 1차
대상이다.

금연을 약속하고 실천해야 하는 특별단서가 붙어 있다.

또 벤처정신 벤처문화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인문사회계 교수나
연구원들에게 학술연구비로 매년 5천만원씩 지원한다.

장학생은 학교장과 담임의 추천을 받아 선발한다.

한번 선발되면 대학 2학년까지 계속 지원받게 된다.

올해 고교 2학년과 3학년 각 20명씩 40명을 선발한다.

매년 20명씩 추가 선발해 수혜자를 늘려나갈 계획.

2005년까지 장학금 수혜자들이 받게 될 금액은 약 11억원 정도 된다.

오는 3월초 전국 고교에 공문으로 추천의뢰를 하고 인터넷을 통해 공개적인
선발도 할 예정이다.

"벤처 드림"을 이룬 대표적인 기업인인 조 사장은 "벤처사업으로 번 돈을
사회에 환원할 수 있게 돼 기쁘다"며 "이번 작은 기금이 한국내 기부문화
형성의 촉매제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02)3486-1234

< 문병환 기자 moon@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