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침이면 전국이 "오리무중"이다.

예년에 보기드문 심한 안개 때문에 곳곳에서 "안개 소동"이 빚어지고 있다.

거의 매일오전 짙은 안개로 항공기 결항이나 회항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이로인해 비행기로 서울이나 지방 출장을 계획했던 사람들이 시간을 맞추지
못해 고속버스나 기차로 바꿔 타는 등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지방에서 열리는 회의나 모임을 아예 늦추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고속도로에선 새벽녘에 대형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 항공기 결항.사고 =23일 오전 6시5분 김포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던 미국
샌프란시스코발 아시아나항공 213편이 부산 김해공항으로 돌아가는 등 모두
11편의 국제선 여객기와 화물기가 회항했다.

또 오전 6시40분 김포공항을 출발해 부산으로 가려던 대한항공 1101편
등 국내선 여객기 40여편의 운항이 취소됐다.

이달들어서만 안개로 국내선 2백50여편이 취소되고 20여편이 회항했다.

올들어 김포공항에서 짙은 안개로 항공기 이착륙이 금지되는 "시정악화
주의보"가 내려진 날은 모두 14일.

이미 작년 연간의 주의보 발생일(10일)을 넘었다.

작년엔 안개로 모두 95편의 항공기가 회항되는 데 그쳤었다.

고속도로에서의 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특히 바다를 끼고 있는 서해안고속도로에선 연일 차량 수십대가 연쇄충돌
하는 대형 인명사고가 나고 있다.

<> 업계 희비 =항공사들은 막대한 손실을 입고 있다.

통상 국제선 1편이 회항할 경우 1천만원, 국내선이 결항될 경우 2천만원
가량의 손실을 입는다는 게 항공사의 주장이다.

이 계산으로 치면 23일 하루에만 31편의 항공기가 결항 또는 회항한
대한항공은 5억9천만원의 손실을 입은 셈이다.

11편의 항공기가 결항된 아시아나도 2억2천만원의 손해를 봤다는
추산이 나온다.

이달들어 발생한 결항과 회항을 모두 합치면 두 항공사에서만 1백억원
이상의 손실이 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더군다나 안개를 걱정해 아침 비행엔 아예 예약취소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여행사들도 울상이다.

외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제시간에 약속된 곳에 도착하지 못해 여행일정을
취소하는 등 차질을 빚고 있다.

일부 여행사의 경우 급하게 관광일정을 바꾸느라 홍역을 치르고 있다.

서울 유명 호텔들도 예약 손님들이 무더기로 연착하는 바람에 각종
부대행사까지 연쇄적으로 연기되는 소동이 벌어지고 있다.

이날 오전 외국인 단체 관광객용으로 많은 분량의 음식을 준비했던 한
호텔의 경우 관광객들이 도착하지 않아 음식물을 고스란히 날리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항공기 승객들이 열차와 고속버스로 몰리면서 이들 교통수단은
때아닌 안개 덕을 보고 있다.

특히 아침 일찍 츨발하는 열차승객은 20% 정도 늘어났다는 게 철도청
관계자의 말이다.

<> 안개 왜 자주 끼나 =안개는 주로 낮과 밤의 기온차이가 클 때 발생한다.

낮에 지표면이 가열되면서 증발한 수증기가 밤이 돼 기온이 떨어지면서
응결돼 있다가 아침에 미세한 물방울로 변한 것이 안개다.

가시거리가 1km 미만일 때 "안개(fog)"라고 부른다.

기상청은 10~11월들어 일교차가 크게 벌어져 안개끼는 날이 많아졌다고
설명한다.

지난해의 경우 10~11월에는 "안개주의보"가 한건도 발령되지 않았었다.

하지만 올들어서는 전체의 절반인 7건이 10~11월에 발생했다.

이같이 심한 아침 안개는 12월초까지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 이건호 기자 leekh@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