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무청이 29일 국회의원과 장.차관 등 고위공직자들의 병역이행 사항을
관보에 게재함으로써 지도층 인사들의 병역의무 이행여부가 처음으로
밝혀졌다.

이번 조치로 지도층의 병역기피 사례가 그대로 드러났으며 앞으로 지도자가
되려면 본인은 물론 아들까지 병역의무를 충실하게 이행해야 한다는 국민적
경각심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이번 공개 결과 면제자들의 사유 중 절반이상이 질병으로 나타났으며 국회
의원과 아들의 면제비율이 현저히 높게 나타나 석연치 않은 부분으로 남는다.

이번에 병역사항이 공개된 고위공직자 본인 및 아들 가운데 병역면제자는
13.5%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외형적으로는 일반인의 병역면제비율(36.5%)에 비해 훨씬 낮은 수준다.

그러나 일반인들은 주로 저학력과 유죄판결에 따른 복역, 생계곤란 등으로
병역면제를 받는 데 반해 고위공직자 본인과 아들의 면제사유는 질병이
53.8%를 차지했다.

이들은 비교적 유복한 사람들이어서 혹시나 병역의무를 기피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실제로 국방부의 병무비리 수사 과정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확인됐다.

당시 가장 손쉬운 병역면제 수법으로 척추디스크 등 외과질환과 안과질환이
사용됐다.

병역을 면제받은 고위공직자 본인의 40%, 아들의 60.6%도 외과와 안과질환을
사유로 면제받았다.

특히 고위공직자중 4명은 우울증이나 자폐증 등 정신과질환으로 군입대를
면제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정신질환 병력자에게 국가의 미래를 맡겼다는 얘기가
된다.

탈영자도 7명이었다.


<> 국회 =국회의장과 부의장 2명 등 의장단 3명 모두가 병역기록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박준규 국회의장은 병역기록이 아예 없었으며 신상우(한나라당) 부의장은
59년3월 입대후 같은해 9월 탈영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신 부의장은 외출 나갔다가 시위대에 휩쓸려 수배당하자 잠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봉호(국민회의) 부의장도 질병으로 징집면제 처분을 받았다.

국회의원 23명은 보충역에 편입됐다가 실제 병역을 치르지 않고 소집면제
처분을 받았다.

이 가운데 국민회의 김민석, 김영환 의원은 학생운동과 관련, 실형을 받은
경력때문에 소집면제를 받았다.

국회의원중 병역면제 처분을 받은 사람은 모두 70명으로 수핵탈출증
(척추디스크)과 근시, 체중미달 또는 초과 등의 이유가 대부분이었다.

자민련 이태섭 의원은 두 아들이 모두 근시와 복부수술 후유증을 이유로
병역면제 처분을 받았고 한나라당 김태호 의원도 3명의 아들중 2명이 근시로
군입대를 면제받았다.

국회의원 자제의 면제율은 18.9%로 행정부 (9.9%) 사법부(6.5%)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 행정부 =각 부처 장관을 포함, 행정부 1급 이상 고위공직자 7백9명(여성
10명 제외)중 군복무를 마친 사람은 6백6명이었다.

1백3명이 병역을 면제받았다.

면제사유는 질병이 43명, 기타 60명이었다.

강봉균 재정경제부 장관과 정덕구 산업자원부 장관, 진념 기획예산처 장관,
김성훈 농림부 장관, 전윤철 공정거래위원장 등 주요 경제부처 장관 5명이
병역면제자 명단에 올랐다.

강 장관은 대학재학중 신체검사에서 보충역 판정을 받았으나 폐결핵 치료를
받다 나이를 넘겨 소집을 면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 장관도 보충역 소집 대기기간이 길어지면서 소집을 면제받았다.

진 장관은 서울대 재학시절 1년간 ROTC 훈련을 받으며 입대를 준비했으나
징병검사에서 근시와 심근경색 판정을 받아 징집을 면제받았다.

김 장관은 학보병으로 논산훈련소에 자원입대 했으나 심각한 근시와 난시
때문에 신체검사에 떨어져 귀향조치 당했다.

전 위원장은 폐결핵 진단을 받아 징집 대상에서 빠졌다.


<> 사법부 =고등법원 부장판사급 이상 고위법관 1백5명(여성 1명 제외)중
군 복무를 마친 사람은 86명이었다.

19명이 병역을 면제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면제사유는 질병이 14명, 질병이외의 사유가 5명이었다.

최종영 대법원장은 육군대위로 만기전역했고, 외아들 범순씨는 육군대위로
복무중이다.

헌법재판관 9명 중에는 김용준 헌재소장과 이재화 재판관이 질병으로 면제
를 받았다.

김경한 법무차관과 김학재 대전지검장, 유창종 청주지검장은 보충역을 받아
장기대기하다 고령 등을 이유로 소집면제를 받았다.

이태창 법무연수원장과 조준웅 광주지검장, 박주환 전주지검장은 각각 근시
와 중이염 등으로 징집면제를 받았다.


<> 지방자치단체 =총 9천4백56명의 병역내역이 공개됐는데 신고자 본인중
16.7%, 아들 9.1%가 면제받았다.

본인과 아들 모두가 만기제대한 경우는 드물었다.

지자체 의원중 15명은 군복무중 탈영했거나 입영 기피후 병적기록이 없었다.

김준영(경북도) 이병주 (경기 평택시) 고기채(충남 논산시) 이용성(경북
청송군) 이남경(전남 함평군) 마숙현(강원 철원군) 의원은 군복무중 15일이상
장기탈영으로 병적에서 삭제되거나 탈영후 복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도의회 정귀영의원의 경우 본인은 61년 육군 병장으로 만기 제대했으나
아들 4명 가운데 장남은 문신 및 자해로 징집면제를, 차남은 신장 및 체중
문제로 제2국민역을, 3남은 보충역 판정을 받은 뒤 수형으로 소집면제를
판정받았다.

본인이 소집면제를 받은 서울 성북구의회 문경주의원도 세 아들 모두가
폐부분 절제술 등으로 제2국민역 판정을 받았다.

< 장유택 기자 changyt@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