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들이 대거 법원을 떠나고 있다.

20일만해도 서울지법 부장판사들을 중심으로 11명의 판사가 한꺼번에 사표를
던졌다.

올들어 재야의 길을 택한 판사는 모두 95명에 이른다.

70명선이었던 예년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치다.

이날 사표를 낸 판사 11명중 부장판사만 8명으로 집계됐다.

그중에서도 사건이 가장 많은 서울지법 부장판사만 5명이다.

서상홍 구충서 김건흥 변진장 장용국 등 5명의 서울지법 부장판사, 손수일
(수원지법) 김옥신(인천지법) 진병춘(부산지법) 부장판사 등이 사표를 내고
법복을 벗었다.

재판부를 실질적으로 이끌어 나가는 부장판사들의 사표는 법원으로서는
엄청난 타격이다.

판사부족으로 재판이 지연되는 것은 물론 남아 있는 판사들에게는 업무과중
이라는 부담을 안긴다.

특히 부장판사 1명이 신임판사 2~3명의 역할을 한다고 볼때 이들
중견법관들의 잇단 사직은 생각보다 큰 후유증을 남긴다는게 법원 관계자의
설명이다.

법원 주변에서는 이들 부장판사들이 법원을 떠나는 데 대해 과다한 업무,
경제적 유혹, 법조비리사건 이후의 사회적 비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일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부장판사급은 로펌(법률회사)의 주요 스카우트 대상이다.

사법연수원 성적 우수자와는 달리 바로 실무 등에 투입할 수 있어 활용가치
가 높기 때문이다.

이미 서 부장판사는 열린합동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다른 판사들도 대부분 로펌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 김문권 기자 mk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