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경남 진해시 자은동 대동주택의 주공아파트 건설현장.

느닷없이 "아줌마 부대"가 몰려왔다.

얼핏보기에는 소음과 먼지 등으로 불편을 겪던 인근 지역주민들이
항의하러 온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아줌마 부대가 건설현장을 방문한 목적은 다른 데 있었다.

남편과 아빠의 작업현장을 눈으로 보고 안전시설 등을 점검하기 위해서
온 근로자 가족들이었다.

아빠를 본다는 기쁨에 어딘지도 모른채 엄마의 손에 이끌려 온
어린아이들도 많았다.

아이를 등에 업은 주부들도 눈에 띄었다.

이날 행사의 이름은 "근로자가족 초청 건설현장 안전점검".

노동부 창원지방노동사무소와 한국산업안전공단 창원지도원이 마련했다.

한국경제신문과 노동부가 함께 펼치고 있는 "건설재해추방 캠페인"
행사의 하나로 실시된 보기드문 행사였다.

일용직 근로자가 많은 건설현장에 가족들이 찾아와 안전점검을 한 것은
전국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창원지도원측은 "건국 이래 처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가족들은 난생 처음 "하얀 작업헬밋"을 쓰고 공사장 곳곳을 누볐다.

손에는 안전점검표가 하나씩 들려있었다.

안전난간대 설치상태와 누전차단기,전기.배전시설,리프트 등 사고가
날만한 곳을 찾아다니며 꼼꼼히 체크했다.

아내와 아이들이 공사현장에 나타나자 작업에 열중하던 근로자들은
한층 긴장하는 모습이었다.

가족들은 작업현장을 둘러본 뒤 첨단 장비가 갖춰진 산업안전공단의
이동안전교육버스로 이동,건설현장 안전사고사례 VTR를 시청했다.

현장점검을 마친 가족들은 하나같이 환한 표정들이었다.

아침 일찍 일터로 출근하는 남편의 뒷모습을 가슴졸이며 바라보던
것과는 딴판이었다.

이지현(48)씨는 "생각했던 것 보다 안전관리가 훨씬 잘 돼있는 것으로
보고 놀랐다"면서 "현장직원에게서 작업과정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듣고
나니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또 김현진(28)씨는 "집에서 TV나 신문 등을 통해 건설현장의 사고기사를
볼 때마다 남편 걱정을 많이 했었다"면서 "현장에 와서 안전시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나니 불안했던 마음이 사라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진해= 이건호 기자 leekh@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