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건우씨 약력 ]

<> 46년 부산출신
<> 69년 레벤트리콩쿠르 입상, 부조니콩쿠르 우승
<> 72년 미 앨리스튤리홀 라벨 피아노 전곡 연주
<> 97년 RCA사와 녹음 전속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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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반위의 순례자" "독특한 자기어법의 예술가" "이 시대 가장 매혹적인
해석가"...

피아니스트 백건우(53)를 가리키는 별명들이다.

백건우의 음악세계를 여러 각도에서 관찰한 결과이지만 이 속에는 모두
하나의 특징이 녹아있다.

음악을 통한 명예욕에는 관심없이 오로지 음악 그 자체에만 몰두하는 탐구
정신과 청년같은 실험정신이 그것이다.

그래서 그는 유명한 곡보다는 새롭게 발굴한, 알려지지 않은 곡을 자신의
해석으로 내놓기를 좋아한다.

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서울국제음악제 첫날 연주회에서도
강석희 서울대 음대 교수가 작곡한 "피아노 협주곡"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연주한다.

"이번에는 또 어떤 곡을 들고 나올까 하고 기대하는 관객들이 조금은
부담스럽기도 합니다. 리스트의 두대의 피아노를 위해 편곡한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과 메시앙의 아기예수를 바라보는 20개의 시선을 국내 초연한 제
모습을 기억해서 그런 반응이 나오는 것 같아요. 강석희 곡은 저에게 헌정된
데다 지난해 프랑스에서 세계 초연한 작품이어서 국내 관객들에게 꼭 들려
주고 싶었습니다"

백건우씨는 "연주는 항상 새로운 체험"이라고 말한다.

유명한 곡 속에서도 "새로운 언어"를 찾아 내려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연주도중 보여주는 그의 변화무쌍한 표정이 이 말의 진실성을 대변하는 듯
하다.

새 밀레니엄을 앞두고 어떤 연주계획을 갖고 있느냐는 질문에도 그는 조금은
엉뚱한 대답을 했다.

"제가 아주 존경하는 지휘자인 조안 넬슨이 내년초에 프랑스의 한 수도원에
들어가 함께 새 밀레니엄을 맞자고 제의해 왔습니다. 그리 나쁜 제안은 아닌
듯 합니다"

세상사람들의 일반적인 생각과는 다른 그의 변하지 않는 "순수함"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내한할 때마다 기자들에게 "뼈"가 있는 얘기를 한마디씩 하기로
유명하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저는 이벤트형 음악인을 가장 싫어 합니다. 겉포장보다 음악적인 내용이
훨씬 중요한데 요즘엔 포장에 더 신경쓰는 음악인들이 많습니다. 좀 더
자신과 자신의 작업에 충실해야 할 것 같습니다"

국내 음악인들에 대한 고언인 셈이다.

백건우씨는 줄리아드 음악원을 졸업한 뒤 라움버그 국제피아노콩쿠르와
레벤트리 국제콩쿠르 등에 입상하면서 관심을 모으기 시작했다.

특히 베를린필하모닉홀과 뉴욕 앨리스 튤리홀에서 라벨 피아노독주곡
전곡을 연주한 것이 국제적 명성을 쌓는 계기가 됐다.

지난 92년에는 "황금의 디아파종상", 르 피가로지의 "최우수 피아노연주 CD"
선정 등 프랑스의 3대 음반상을 수상하는 등 갈수록 빛을 더해가고 있다.

백건우씨는 9일 오후7시30분 서울 역삼동 천주교성당에서 "장학기금마련
자선음악회"를 연다.

슈베르트의 "피아노소품 2번 내림마장조",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 지오반니"
중 "자 손을 잡읍시다. 바로 저곳입니다", 구노의 오페라 "파우스트"중
"왈츠" 등 대중적인 곡을 들려 준다.

부인 윤정희씨와 함께 온 그는 연주회 뒤 잠시 휴식을 취하고 오는 16일
출국한다.

< 장규호 기자 seini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