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위기에 따른 고통은 누가 책임 집니까"

"애당초 정책 판단에 사법잣대를 들이대는 것부터가 무리였다고 봅니다"

20일 법원이 강경식 전 경제부총리와 김인호 전청와대 경제수석의
"환란책임"에 대해 사실상 무죄를 선고한 것과 관련,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상당수 시민들은 "온 국민을 고통에 몰아넣은 환란에 대해 강씨 등의
책임이 없다면 누가 책임을 져야하느냐"며 "납득하기 힘든 결정"이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특히 시민단체들은 이번 판결이 "환란 주범들"에게 "면죄부"를 준 거라며
상급심의 판결을 주시하겠다고 밝혔다.

위평량 경실련 정책부실장은 "우리나라에는 잘못만 있고 책임은 없다"며
사법부의 판단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최대열 한국노총 홍보국장은 "정책적 오류을 단죄할 수 없다는 말들이
있지만 두 사람은 주요 정책결정을 내리는 지위에 있었으므로 어떠한
형태로든 "일벌백계" 차원에서 처벌을 받아야 마땅했다"고 말했다.

최 국장은 이어 "고위관료의 무사안일과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발생한
이같은 위기가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한다"면서 "단순한 실정법적 판단만으로
무죄를 선고한 것은 국민정서와 법감정에 비쳐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서경석 집행위원장은 "외환위기의 책임은
강씨 등에게만 있는 것은 아닌데 그들이 내린 정책적 판단에 대해 사법적
책임을 물으려 한 것은 애초부터 무리였다"고 다른 의견을 보였다.

이태호 참여연대 시민감시국장도 "우리는 처음부터 김영삼 전 대통령을
위시해 재벌총수, 은행장 등의 총체적인 책임을 지적해 왔다"며 "앞으로
재판과정을 계속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재판을 숨죽이며 지켜봐왔던 과천 공무원 관가도 대체로 "예상했던"
판결이라며 앞으로 소신있게 업무를 추진할 수 있게 됐다는 반응을 보였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정책책임자로서 판단이 틀린 것에 대해 행정적인
책임은 물어야 하겠지만 이에대해 사법적인 책임까지 추궁한다면 오히려
책임을 안지려는 행태가 만연할 우려가 있다"며 이번 판결을 평가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문제는 (강 전부총리가) 일을 적극적으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판단에 잘못이 있어 생긴 것"이라며 "일부러 문제를 무시하거나
자리를 비운 것이 아닌데 직무유기로 책임을 지우는 건 곤란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환란을 초래한 경제부처라는 "오명"을 어느 정도
벗었다는 분위기도 엿보였다.

성동구 응봉동에 사는 이미경(35.여)씨는 "솔직히 누구든 IMF고통을
안겨준 "희생양"으로 삼고 싶었던 게 사실이었다"며 "그러나 이번 판결을
계기로 모두들 지난날의 굴레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남궁 덕 기자 nkdu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