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높아 골짜기가 깊고 물이 맑은 경기도 포천은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풍부한 곳이다.

이동면을 감싸고 흐르는 백운계곡에 발을 담그고 잠시 명상에 잠기노라면
한기는 가슴에까지 차오르고 시원한 바람은 머릿속의 번잡함을 일시에
날려보낸다.

새들의 지저귐과 나무에 스치는 바람소리를 계속 들어도 좋고 숲으로
들어가 한숨 잠을 청해도 좋다.

그 뒤에 찾아오는 것은 출출함을 채워줄 먹거리 생각.

포천은 이런 "꺼리"에 관한 한 완벽하게 "풀코스"를 제공한다.

걸죽한 막걸리에 뛰어난 맛의 이동 갈비, 그리고 최근 수년전부터 관광명소
로 떠오른 온천 등은 짧은 기간이나마 피곤한 심신을 풀어주는 꺼리들로서
실로 절묘한 조합이 아닐 수 없다.

막걸리 공장은 포천 국도 성동검문소에서 우회전해 계곡을 따라 올라가는
곳에 점점이 자리하고 있다.

포천 혹은 이동막걸리로 알려진 막걸리 회사는 모두 4곳.

이중 이동면 도평리에서 40년 동안 이동막걸리의 맥을 잇고 있는 이동주조
(주)는 아직도 옹기독으로 술을 빚는 유일한 곳이다.

지하 2백m에서 끌어 올린 청정 암반수와 옹기가 어울려, 마실 때 입에
착붙고 상쾌한 뒷맛을 남기는 명주가 빚어진다.

요즘에는 막걸리 제조에도 현대적 시설을 도입해 보존기간을 높인 팩막걸리
와 캔제품, 유산균막걸리, 인삼막걸리 등 다양한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이동막걸리는 판매지역 제한으로 인해 이동면과 운천면의 40여개소에서만
구입할 수 있다.

반대로 효모균을 제거한 종이팩과 캔제품은 전국 어디에서도 판매가
가능하다.

이때문에 이동막걸리 매출의 80%이상은 외지에서 올린다고 한다.

최근 들어서는 해외수출도 활발하다.

지난 93년 일본 수출을 시작해 지난해 30만달러의 실적을 올린데 이어 올해
50만달러를 바라보고 있다.

주 수출대상은 미국과 태국, 사이판, 괌 등지의 교민들.

포천막걸리로 판매되는 다른 3개 업체까지 합치면 전체 매출액은 3백억원에
달한다.

이동주조의 김덕기사장은 "막걸리도 냉장운송을 하면 전국 어디든 판매할 수
있다"며 "영세 업체들이 살길은 우리 입맛에 맞는 전통주를 개발해 소비자의
호평을 받는 길뿐"이라고 강조했다.

일동면 일대의 온천관광지도 포천경제의 한축을 이룬다.

유황이 주성분인 이곳은 원수만 사용해 수질이 좋은데다 서울과 가까워 주말
에만 8천여명의 관광객들이 북적인다.

일동면에만 일동사이판, 일동하와이, 일동제일천, 일동용암천이 성업중이고
조금 떨어진 신북면과 화현면에 2개의 온천이 있다.

포천군은 온천관광으로만 연간 1백억원 이상의 수입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동갈비는 여전히 지역 명산품으로 지위를 굳건히 하고 있다.

한우 암소고기를 특유의 양념으로 재워 참숯에 구워내는 갈비는 달짝지근한
맛이 특징.

저렴한데다 양도 많아 관광객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이동면 장암리의 영평천을 따라 20여개의 갈비집이 있고 국도변으로 수많은
업소들이 계속 생겨나고 있다.

지난 60년대초 이동갈비집과 느타리갈비집이 문을 열면서 알려지기 시작한
이래 80년대초 가게들이 크게 늘어나 오늘의 명성을 얻게 됐다.

이들이 올리는 수입은 서울 요지의 어지간한 음식점 못지 않다.

포천군은 이동막걸리와 갈비,온천관광을 합쳐 연간 1천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보고 있다.

< 포천=김희영기자 songki@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