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회에 간다고 들떠 있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한데 어떻게 이런 일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들을 어처구니 없는 화마로 떠나 보낸 부모들
은 말문을 잇지 못했다.

시신 23구가 안치된 서울 신월동 국립과학수사연구소 1층 대기실은 소식을
듣고 달려온 유가족들의 오열과 통곡으로 가득했다.

부모들은 화재장비도 갖추지 않은 수련원과 늑장출동한 소방서, 미비한
시설에도 허가를 내준 당국 등을 원망하며 울분을 토해냈다.


<>. 유가족들은 시신을 확인하기 위해 이날 오전부터 속속 국립과학수사
연구소에 도착, 끝내 믿겨지지 않는 사실을 확인하고 실신과 통곡을 거듭해
관계자들을 안타깝게 했다.

가현(6.소망어린이집)과 나현 쌍둥이 딸을 한꺼번에 잃은 어머니 장정심
(33)씨는 땅이 꺼지는 슬픔을 감당하지 못한채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고 남편
고석(37)씨도 믿겨지지 않는다는 듯 망연자실해 했다.

고씨는 "시신이 어느 것인지 확인해달라고 했더니 너무 심하게 타서
신원파악이 힘들다는 통보를 받았다"면서 "가현이와 나현이의 시신이 어느것
인지 영원히 모르게 되는 것 아니냐"며 울음을 터뜨렸다.

딸 유연수(7)양이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접한 유기영(38.현대자동차)씨는
울산공장에서 비행기로 상경,바로 국과수를 찾아와 "혹시 연수가 살아있을지
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버리지 못하고 곳곳을 헤매고 다녔다.

또 아들 배한슬(6)군을 일은 어머니 유옥이(40)씨도 "도대체 아이들이
사고를 당했는데 유치원측에서 연락도 해주지 않았다"며 유치원측의 처사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 사망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한 씨랜드 수련원 301호실의 유치원생 18명은
화염 속에서 서로 부둥켜 안은 채 숨진 것으로 알려져 애처로움을 더했다.

301호실내 시신 수습작업에 처음 나선 오산소방서 이총희(50) 소방경은
"새벽 3시쯤 화재현장에 도착해 301호실에 들어가 보니 대부분의 아이들이
창가 벽쪽으로 몰려 서로 부둥켜 안은 자세로 숨져 있었다"며 "아이들이
문쪽에서 난 불을 피해 창쪽으로 몰려가면서 서로를 의지한 채 죽음의 공포를
이기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소망유치원의 일부 인솔교사들은 화재발생 당시 원생들만 재운채 옆방''
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던 것으로 경찰조사 결과 밝혀졌다.

소망유치원 원장 천경자(37.여)씨는 경찰에서 "화재 발생 당시 유치원
여교사 3명과 비디오촬영기사 사진기사, 유치원을 함께 운영하는 남편이
314호에 함께 있었다"며 "남자들은 막걸리와 캔맥주를 사다 마시고 있었고
여자들은 잠을 자거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천씨는 또 "당시 수련원 건물 뒤에 있는 수영장 옆에서도 다른 유치원 교사
10여명이 고기를 구워 먹으며 놀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 초등학교 교사가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했던 제자들을 모두 구해내고
자신은 실종돼 주위를 숙연하게 했다.

숭고한 제자사랑을 보인 주인공은 전교생이 1백53명인 화성 마도초등학교
5학년 담임 김영재(38)교사.

김교사는 6학년 담임 홍상국(53)교사와 함께 수련회에 갔다가 이날 오후
10시 30분께부터 수련원 3층에서 학생들과 함께 잠을 청했다.

3시간쯤 지나 "불이야"라는 소리를 듣고 깨어났지만 이미 맞은 편 301호
에서는 검은 연기와 불길이 치솟고 있었고 복도에는 유독가스가 가득찬
상태였다.

두 교사는 곧바로 옷으로 코와 입을 가린 채 앞방,옆방으로 줄달음질쳤다.

발이 닿는대로 아이들의 몸에 발길질을 했고 손에 잡히는대로 끌어당겨
일으켜 세우며 "아래층으로 뛰라"고 외쳤다.

정신없이 뛰어다니던 홍교사는 제자들을 모두 구한 것을 확인한 뒤
쓰러지고 말았다.

동수원 남양병원에 옮겨져 치료를 받은 홍교사는 다행히 정신을 차리고
회복했지만 김교사는 이미 싸늘한 시신으로 변해 있었다.

경찰은 3층 306호에서 발견된 어른 시체 중 1구를 김교사로 추정하고 있을 ]
뿐이다.

김교사는 지난 87년 광주교대를 졸업한 뒤 수원에서 교직생활을 하다 올
3월 마도초등학교에 부임했으며 해맑은 웃음과 성실한 생활태도로 학생들뿐만
아니라 선생님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좋았다고 마도초등학교측은 전했다.

< 화성=김희영기자 songki@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1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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