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관광객 민영미(36.주부)씨가 북한에 억류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시민들은 놀라움과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시민단체들은 "햇볕정책의 댓가가 이것이냐"며 "조속히 억류된 민씨를 가족
의 품으로 돌려보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서해교전 때와는 달리 이번엔 금강산 관광계획 취소가 속출하고 있다.

여행사 등에 신변안전을 묻는 문의전화가 빗발치는 등 시민들이 불안해
하는 모습이었다.

시민들은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이번 기회에 북측으로 확실한
답변을 얻어놓는 단호한 대응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예약취소사태 = 서해안 교전사태가 금강산 관광객들에게 거의 영향을
미치지않았던 것과는 달리 민씨 억류 사건이 발생하자 금강산관광 취소가
잇따르고 있다.

현대와 금강산관광 대리점들에는 22일 이른 아침부터 관광이 계속되는 지
여부를 묻는 전화가 빗발쳤다.

현대측이 이날 출항할 예정인 풍악호의 운항계획을 취소했지만 그와 관계
없이 아침부터 예정된 승객들이 탑승을 취소했다.

23일이후로 관광이 예정됐던 승객들도 상당수가 예약을 취소했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금강산 관광을 가도 괜찮느냐는 고객들의 문의가 오고
있지만 우리도 상황을 정확히 몰라 분명한 대답을 못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 동해항 표정 = 민씨의 아들 송종훈(7)군을 포함한 승객 5백60명을 태운
풍악호가 동해항에 도착하자 승객들은 비로소 안도의 한 숨을 내쉬며
기다리고 있던 귀향버스에 올랐다.

배에서 내린 한 승객은 "혹시나 협상이 제대로 안돼 승객 전부가 북한에
장기 억류될 지도 몰라 몹시 불안했다"며 "이번에 자유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꼈다"고 말했다.

민씨 억류소식을 듣고 긴급 회황했던 봉래호는 끝내 다시 출항하지 못했다.

봉래호는 지난 21일 오후 5시40분 동해항을 출발한 뒤 정부의 긴급회항
지시로 1시간만인 이날 오후 6시40분 동해항으로 돌아왔다.

봉래호 탑승객들은 22일 새벽 2시까지 현대와 북한측의 협상추이를 지켜보며
대기했으나 끝내 출항하지 못했다.

이에따라 봉래호 승객 5백24명은 배안에서 하룻밤을 보냈으며 22일 오전
8시부터 배에서 내려 귀향했다.

현대측은 승객 전원에게 관광요금 전부를 돌려주고 귀향여비 명목으로 1인
당 10만원씩 지급했다.

북한에 억류된 민씨에겐 현대상선이 무료로 가입해준 보험에 따라 억류 3일
이 지나면 1천만원의 위로금이 지급된다.

북한 장전항에 머물고 있던 금강호도 억류된 민씨를 남겨둔채 22일 오후 7시
장전항을 출발했다.

<> 시민 반응 = 시민단체들은 관광객 억류에 대해 일제히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YMCA 이윤희 간사는 "금강산 관광은 상호신뢰 속에서 추진되고 있는 민족화
합의 사업인 만큼 서해교전이나 차관급회담과는 다른 차원의 대응해야 한다"
며 "특히 이번에는 국민 개인의 신변이 걸려있어 단호한 조치가 있어야할 것
"이라고 밝혔다.

또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강영식 기획실장은 "민간인의 불확실한 언동을
빌미로 억류까지 하는 것은 북한의 과잉반응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며 "더
구나 신변안전보장협약 맺었는데도 현대측이 참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
으로 억류결정을 내린 만큼 민씨를 즉각 석방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금강간 관광을 계획하고 있거나 이산가족 상봉을 그리고 있는 시민들은 "툭
하면 북한이 긴장을 고조시켜 믿고 대화할 수 가 없다"며 북측에 민족화합의
차원에서 문제를 조속해 해결해 줄 것을 촉구했다.

< 김광현 기자 kkh@ 양준영 기자 tetriu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