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어민들이 속을 끓이는 것은 단순히 최근 며칠동안 꽃게를 잡지 못해서
가 아니다.

이 시기를 놓치면 꽃게를 아예 잡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미 바다 밑의 꽃게들은 남한 영해를 지나 북상중이다.

"남북교전"이라는 대형사고를 일으키고는 유유히 현장을 빠져 나가는
것이다.

꽃게는 겨울의 문턱인 12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동중국해에서 긴 겨울잠을
잔다.

그리고는 5월부터 북상을 시작한다.

목포 군산 대천 등의 연안을 거쳐 백령도 연평도 등 서해5도 연안으로 올라
간다.

15일 교전이 벌어진 해역에 주 어장을 형성하는 시기는 6월이다.

9일간의 대치가 이어질 때가 절정기 였다.

하지만 중순을 넘기면 북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벌써 선두그룹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피크시즌을 놓친 것이다.

조금만 지나면 북한 배가 북방한계선을 넘어올 일도 없다.

적어도 꽃게 때문에 양측의 함정이 맞붙는 상황은 생길 여지가 없다는
얘기다.

꽃게는 7~8월엔 평안북도 연안까지 북상한다.

그 뒤 다시 내려 오지만 이 때는 산란기여서 꽃게 조업이 금지된다.

9월이후 꽃게는 겨울 잠자리인 동중국해를 향해 발걸음을 재촉한다.

< 강창동 기자 cdka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