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과천 정부종합청사 맞은 편의 "인터넷 매직프라자".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흔한 "게임방"의 하나다.

6일 아침 8시.

지하철 약에서 나온 점잖은 신사들이 이 "게임방"으로 들어갔다.

시간 죽이려고 발버둥치는 실직자들의 차림새는 아니었다.

들어간 지 20~30분 되자 다시 줄줄이 나와 흩어졌다.

일부는 정부청사로 들어갔다.

공무원이 분명했다.

더러는 인근의 직장으로 출근하는 사람들도 눈에 띠었다.

출근전에 "한 게임" 해야 일이 손에 잡히는 "게임 매니아"가 아니다.

남몰래 성인용 게임을 즐기는 "비정상"도 아니다.

그들은 게임방의 한 편에 있는 "주식방"을 찾은 "주식 사냥꾼"들이었다.

게임방에서 인터넷으로 주식을 거래하는 주식방 고객들이다.

출근전에 그날의 증시상황과 정보 등을 훑어보고 "감"을 잡으려는 직장인들
이다.

넥타이 부대가 다녀가자 이번엔 나이 지긋한 아저씨들과 주부들이 나타났다.

유모차를 끌고 나온 "젊은 엄마"도 보였다.

아르바이트 학생에게 클릭하는 방법을 물어가면서 정보를 뒤지는 경우도
있었다.

매일 아침 8시면 이곳으로 "출근"하는 김성식(48.개인사업)씨는 LG증권의
인터넷 주식거래 서비스에 들어가 연신 키보드를 두드려 댔다.

종목코드를 입력하며 바쁘게 손가락을 움직이던 그가 순간 탄성을 질렀다.

자신이 투자하고 있던 코스닥 종목이 이날 아침장이 열리기 무섭게 상한가를
쳤기 때문이다.

코스닥 종목은 이날 거래주문이 폭발적으로 밀려들면서 매매체결이 지연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김씨는 증권사 지점이 바로 근처에 있지만 주식방을 찾는다고 한다.

증권사 객장엔 사람들이 워낙 몰려 소란스럽다는 것.

또 요즘은 자신 같은 소액 투자자는 증권사에서도 별 대접을 받지 못한다며
웃는다.

점심시간이 되자 다시 넥타이 부대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사무실에서 전화로 주문할 수도 있지만 동료들의 눈치가 보여 주식방을
이용한다.

모 중앙부처의 사무관인 박 모씨(34)는 "큰 돈은 아니지만 남보기에 좋지
않을 것 같아 점심시간을 조금 줄여 사이버 거래를 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주식방은 서울 강남의 아파트단지와 사무실 밀집지역 주변에선 벌써부터
성황이다.

대학가인 신촌 등에서도 인기다.

이날 대학로의 "이드넷" 게임방에도 대학생 서너명이 사이버 주식거래에
열중하고 있었다.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휴학생인 강지용(26)씨는 "몇푼 안되지만 늘 사용하던
컴퓨터를 이용하기 때문에 편리하고 수수료도 절반 밖에 안돼 주식방을 애용
한다"고 말했다.

과천 인터넷 매직프라자의 인선재(49) 사장은 "20일전 증권사의 사이버
트레이딩 프로그램을 설치했는데 매일 20여명 정도가 단골로 들른다"며
"중년층과 직장인들의 발길이 잦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 사장은 "넥타이부대가 증권에 몰리기 시작하면 주가도 하락세로 돌아선다
는 말을 들었다"며 "주식방을 이용하는 고객들은 투기꾼이 아닌 건전한
소액투자자인 만큼 모두다 돈을 벌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양준영 기자 tetriu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