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주도해온 올 춘투가 사실상 끝났다.

투쟁의 열기를 고조시켜 메이데이(5월1일 노동자의 날)에 "대폭발"을 일으
킨다는 당초의 계획은 "희망사항"으로 끝났다.

핵심 노조들이 민노총 중앙지휘부의 파업지침을 무시하고 현실을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론이 나빠진 결과다.

물론 올 노사분규가 끝난 것은 아니다.

어찌보면 이제부터일 수도 있다.

실질적인 "싸움"인 각사별 임금및 단체협상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임.단협상에서도 과거와 같은 격렬한 연대파업은 거의 없을 것이
라는 게 노동문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불법적인 파업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파업투쟁 실패 =민노총은 27일 오전 기자회견을 갖고 당초 예정대로
이날부터 28일까지 금속연맹 산하 구조조정 사업장들이 파업에 들어가며
대학노조도 총파업을 단행한다고 발표했다.

민노총은 "한국통신노조의 파업 유보및 서울지하철노조의 현장 복귀는
새롭게 조직을 정비해 더 큰 투쟁을 준비하기위한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라고 강변했다.

그러나 민노총 지침에 따라 이날 전면파업에 새로 돌입한 사업장은 하나도
없었다.

대림자동차와 대학노조 등이 부분파업을 벌이기는 했지만 회사측이 양해
하거나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에 그쳤다.

이날 파업예정이던 금속연맹 산하 사업장중 한국중공업 한보철강 현대
중공업 등은 중식집회 정도만 갖고 끝냈다.

27일부터 파업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던 부산지하철 노조도 여건 미성숙을
이유로 파업을 연기했다.

특히 민노총 울산본부는 지난 26일 현대그룹 계열 20개사를 포함, 울산
지역 사업장은 금속연맹의 파업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선언까지 했을 정도다.

중앙과 지방조직의 분열상황을 보여주는 현상이다.

이로인해 민노총은 지난 96년 공식출범이후 최대의 위기에 놓이게 됐다.

민노총의 전위대라 할 수 있는 서울지하철 노조가 "백기"를 들고 투항함
으로써 파업방식을 놓고 지도부 간에 이견이 분분하다.

"전술 부재"에 대한 지적도 많다.

한마디로 지도력을 상실한 상태다.

결국 민노총 지도부가 공중분를 각오하고 결사항전을 계속할 것이지,
아니면 정부와의 대화에 나설 지를 선택해야할 순간이다.

<>향후 전망 =개별회사 노조들의 파업이 있을 수 있다.

이중 대우조선은 8일째 파업을 지속하고 있다.

LG반도체도 현대와의 고용승계 문제를 놓고 27~28일 파업찬반 투표를
벌인다.

여기에다 임금교섭 시즌이 다가와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들 노조의 동향은 "연대"나 "동조"와는 다른 형태다.

중앙 상급단체의 지시에서가 아니라 개별적으로 부딪힌 문제가 현안이다.

따라서 과격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더군다나 당국의 입장이 완강하다.

불법파업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자세다.

< 최승욱 기자 swchoi@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