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길 해양수산부장관의 사의표명은 안이한 한.일어업협정대처와 지나친
정치적 횡보가 주원인이었다.

김 장관은 어민들의 사활이 걸린 한일어업협정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는
평가다.

어렵사리 합의했다는 한일어업실무협상도 우리 어민에게 극히 불리하게
결론이 났고 심지어 쌍끌이어업은 협상대상에 조차 포함시키지 못했다.

이때문에 정부에 대한 어민들의 불만이 치솟아 어업협정백지화 시위가
끊이지 않았다.

사실 이번 사태는 지난 96년 3월부터 예견돼 있었다.

3년가까이 협의하면서도 일본수역내에서 쌍끌이 조업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만큼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는 어업협정에 치밀하지 못했다.

시간적 여유가 있었지만 두 배가 그물을 치고 끌어가는 쌍끌이어업은 의제에
포함시키지 않는 우를 범했다.

97년 5월 대형 기선저인망수협의 어획실태 자료에는 "6월중 일부 쌍끌이
어선이 일본수역에서 조업한다"는 내용이 들어있었다.

해양부는 이 내용을 전혀 고려치 않았을 뿐아니라 이번 조업이 있는지
조차도 파악하지 않았다.

해양부는 또 실무협상 수석대표를 교체하는 과정에서도 큰 실수를 저질렀다.

처음엔 오순택 어업진흥국장을 수석대표로 참가시키다가 일본측이 수석대표
를 수산청장으로 격상시키자 지난해말 갑자기 박규석 차관보를 내세웠다.

자연 업무가 급히 인수인계 되면서 쌍끌이어선 조업을 챙길 여유가 없었다.

김장관은 특히 양국 실무협상이 고비를 넘던 그 시각에 남극에서 열린
남극조약 당사자회의에 1주일이 넘게 참가, 어업협정의 득실을 고려치
않았다.

당시 김장관의 횡보를 두고 말이 많았다.

김 장관은 이날 "피해어민들의 피해보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는 지적이다.

< 장유택 기자 changy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