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카드를 갖고 있는 임직원은 회사가 부도났을 때 이용대금을 대신 물어
내야 하나"

신용카드사들이 부도난 회사의 임직원들을 상대로 법인카드 이용대금을
내놓으라며 소송을 제기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1월 부도가 난 S엔지니어링에서 임원을 지낸 이모씨(서울 성동구)와
한모씨(경기 부천 원미구)는 최근 법원에 제소당했다.

원고는 외환신용카드.

법인카드 이용대금 1천4백79만원이 납부되지 않았으니카드를 사용한 두
사람이 물어내라는 것이었다.

외환카드는 법인카드 회원규약을 근거로 제시했다.

회원규약 1조를 보면 "카드사용자는 카드에 관한 모든 행위에 대해 법인과
연대하여 책임진다"고 규정돼 있다.

카드대금이 연체된 것도 "카드에 관련된 행위"이므로 카드사용자가 책임져야
한다는 논리다.

이에 대해 이씨는 "그런 회원규약이 있다는 걸 전혀 몰랐고 카드사 직원조차
만난적이 없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씨는 "수천만원을 물어낼 수도 있는 계약인데 본인이 모른다는 게 말이나
되느냐"고 항변했다.

보증을 설 때는 계약내용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듣고 "보증내용을 다
읽었다"는 확인서명을 하는 법인데 이런 절차가 전혀 없었다는 얘기다.

그는 "우리나라 기업 임원 중에서 회사가 망하면 법인카드대금을 대신
물어야 한다는 걸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느냐"고 말했다.

또 법인카드는 회사업무를 위해서만 사용하는 카드이므로 이용대금은 회사가
진 빚이지 사용자와는 무관하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외환카드는 S엔지니어링이 부도나기 전까지는 임원들이 갖고 있던
법인카드 5장의 이용대금을 회사명의의 은행통장에서 자동결제했었다.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이같은 사례에 대한 입장을 정리했다.

결론은 카드사측의 주장이 틀렸다는 것.

대법원 민사8부는 한 카드사가 모회사 직원을 상대로 낸 카드대금 청구소송
을 "이유없다"며 기각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법인카드 사용자에게 연대책임을 부담시키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계약내용"이라며 "카드사는 이런 내용을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설명할 의무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카드사가 이 의무를 다했다는 증거가 없는 한 이 약관은 무효"라고
판결했다.

이씨는 이번 소송 때문에 지병인 협심증이 악화되는 등 정신적 피해를 입었
다며 외환카드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겠다고 말했다.

또 문제가 된 법인카드 회원규약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에 불공정약관으로
심사신청할 예정이다.

< 김인식 기자 sskis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