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작구 사당동 D아파트에 사는 주부 김은영(37)씨는 엘리베이터를
가능한 한 이용하지 않는다.

1층까지 걸어 내려가는 것은 기본.

무거운 짐만 없다면 6층 집까지 걸어 올라갈 때도 많다.

그녀가 이처럼 엘리베이터와 멀어진 까닭은 건강 증진 등 거창한 목표를
세웠기 때문은 아니다.

평소 운동을 좋아하지 않아 "3보 이상은 승차"가 기본일 정도다.

그녀가 엘리베이터를 피하는 진짜 이유는 엘레베이터안의 악취 때문이다.

이곳 고층아파트로 이사온 직후만해도 그녀는 엘리베이터를 애용했다.

그러나 몇가지 "사건"을 경험한 뒤 "계단파"로 변신했다.

지난해 6월께 저녁 무렵 엘리베이터를 타자 마자 코를 찌르는 냄새가 났다.

바닥에는 시커먼 물이 고여 있었다.

숨을 안 쉬다시피한 끝에 1층에 겨우 도착했다.

그런데 "고통"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물자국은 1층 입구를 지나 쓰레기통 근처까지 이어졌다.

누군가가 물이 뚝뚝 떨어지는 쓰레기 봉투를 들고 엘리베이터에 탄 뒤 질질
끌고 다닌 것이다.

그것도 며칠간 집을 비운 뒤에 치웠는지 썩은 냄새가 아파트 현관 입구
공간을 꽉 메우고 있었다.

김씨는 경비원과 함께 경비실 옆 수도꼭지에서 물을 받아 뿌렸지만 냄새는
가시지 않았다.

"쓰레기물 빼기" "받침대 사용" "심야 운반" 등 쓰레기 버리기와 관련된
에티켓을 지켰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텐데..

김씨는 못내 안타까웠다.

엘리베이터와의 악연은 그 뒤에도 이어졌다.

지난해 7월말 아파트 문을 잠그고 있는데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던
세살바기 딸이 울음을 터뜨렸다.

애완견이 갑자기 튀어나와 놀랐기 때문이었다.

핸드폰으로 통화중이던 40대 주부는 마지못해 "미안해요"라며 풀어 놓았던
애완견을 뒤늦게 안았다.

이뿐만 아니다.

지린내와 담배냄새가 진동할 때도 있다.

주범은 애완견과 유치원생 또래의 사내아이, 몰지각한 애연가 등이다.

집안에서 애완견이 "실례"를 하면 즉시 청소하고 아이가 옷에 오줌을 싸면
혼을 내는 사람도 엘리베이터내의 방뇨에는 무관심하다.

굳이 폐쇄된 공간에서 담배를 피워대는 "강심장"도 없지 않다.

남을 위해 "몇 초"를 기다리는 배려와 공공기물도 제 것처럼 아끼는 태도가
아쉽기만 하다.

< 최승욱 기자 swchoi@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