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륜 대구고검장의 "검찰수뇌부 퇴진요구"파문이 확산일로로 치닫고 있다.

검찰내부에서는 강골로 통하는 심 고검장이 "할말을 했다"는 동조론과
"해도 너무했다"는 비판론이 엇갈렸다.

검찰 간부들은 심 고검장의 행동으로 검찰 전체가 흔들리게 됐다며 부정적인
반응이 주류를 이뤘다.

그러나 소장검사들은 "대전비리사건이 옥석구분없이 잘못 처리되고 있는
점이 있다"며 "심 고검장은 행동해야 할 때 했다"는 반응들이었다.

법원 판사들은 "검찰 얘기라 말하기가 뭐하지만 검찰수뇌부의 자업자득이
아니냐"는 의견을 보였다.

<>.일선 검사들의 동요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곳곳에서 검찰수뇌부에
대한 비난일색이었다.

서울지검의 한 검사는 "심 고검장의 말에 틀린 것이 별로 없다. 이번 대전
법조비리사건 수사는 옥석구분없이 여론에 떠밀려 마녀사냥식으로 진행되는
감이 없지 않다. 수뇌부들이 이를 살피지 않고 무조건 사표제출을 요구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검사는 "심 고검장의 비리의혹을 열거해 전국 검찰에 내려보낸 것은
치졸한 대응"이라며 "수뇌부가 이번 사태를 심 고검장의 개인문제로 치부해
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검찰수뇌부는 28일 아침 출근하자마자 긴급 간부를 열고 대책을 논의
했다.

김태정 총장은 회의에서 "대전비리 수사를 일정대로 추진하라"고 비장한
어조로 지시했다.

검찰은 회의와 별도로 전국 지검 및 고검별로 일선 검사들의 동요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긴급동태 파악에 나서는 등 심상찮은 분위기였다.

서울지검 박순용 검사장은 이날 오전 9시30분 전체 검사회의를 열고
"절대로 동요하지 말고 본연의 업무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서울지검은 또 개인적인 의견을 절대로 외부에 드러내지 말라고 특별지시를
내리는 등 검사들의 입단속에 나서기도 했다.

<>.이날 법조계 주변에서는 심 고검장의 수뇌부사퇴요구의 성격에 대해
해석이 분분했다.

일부에선 검찰 설명대로 대전 이종기변호사사건에 연루된 심 고검장이
사표제출을 종용받자 자기합리화를 위해 튀는 행동으로 항명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심 고검장이 작은 비리혐의에 걸려 사표제출을 종용받았더라도 27일
발표는 용기없이는 할 수 없는 고위간부의 최초 양심선언으로 해석해야 한다
는 견해도 있다.

심 고검장이 평소 강직하고 후배검사들로부터 호평을 받아온 점을 감안할
때 양심선언적 의미도 있다는 해석이다.

<>.법원도 심고검장의 폭탄발언이 대전비리에 연루된 판사들의 처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긴장하면서 사태추이를 예의주시했다.

안용득 법원행정처장 등 주요 간부들은 이날 오전 출근하자마자 심 고검장
발언내용과 검찰 분위기를 보고받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서울지법의 한 판사는 "심고검장의 성명은 대전 법조비리 사건에 대한
부분을 지적하기 보다는 검찰이 정치권력에 의해 좌지우지 돼 왔다는 점을
부각시킨 것"이라면서 "검찰이 정치적 중립을 확보해 국민의 검찰로 거듭
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심 고검장은 이날 평소보다 1시간 늦은 오전 10시께 출근한 뒤 기자들
과의 면담요구를 거절한 채 집무실로 들어갔다.

심 고검장은 기자들의 끈질길 면담요구에 명노승 차장검사를 통해 "현수뇌부
가 사퇴하지 않으면 나도 사퇴하지 않는다는 어제의 발표 내용 그대로"라면서
자신의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 고기완 기자 dadad@ 손성태 기자 mrhand@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