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이종기 리스트"로 불리는 대전 법조비리 사건은 그동안 소문으로만
나돌던 법조계의 부패구조를 확인시켜 줬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라 할만하다.

특히 지금까지 드러난 부패관련 인사만해도 3백명을 넘어서는 데다 장관급
고위직도 연루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사법사상 최대 최악의 비리사건이
될 전망이다.

또한 향후 수사전개 정도에 따라서는 법조계에 씻을 수 없는 불명예를
안겨주는 것은 물론 법조계가 이제까지 완강히 거부해온 개혁의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 사건 발단 =대전지검 부장검사출신인 이종기 변호사가 92년 변호사 업무
를 시작하면서 김현씨를 사무장으로 데려왔고 김씨는 뛰어난 수임능력을
보였다.

이 변호사는 그러나 사건수임료를 일부 빼돌렸다며 김씨를 해고했고 이
과정에서 퇴직금 문제 등으로 마찰이 빚어졌다.

결국 김씨는 7일 비밀장부를 언론에 공개해 사건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사무장(또는 브로커)은 대개 검찰직원이나 경찰출신이다.

김씨도 대전지검 사무보조원 출신이다.

보통 수임료의 10~20%를 사무장이 가져간다.

<> 검찰수사 =수사의 핵심은 비밀장부에 기재된 전.현직 판검사 33명의
관련여부다.

검찰은 전.현직 검사와 검찰간부 수사는 대검찰청이, 전.현직 판사나 검찰
및 법원 일반직 직원에 대한 수사는 대점지검이 각각 맡았다.

수사 총괄지휘는 검찰 서열2위인 이원성 대검차장검사가 맡았다.

전례가 없는 일이다.

<> 사건핵심 =검찰조사에서 드러난 비밀장부의 내용과 관련, 판.검사들이
실제 사건을 소개하고 금품을 받았느냐가 핵심.

이 변호사는 돈을 건넨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비밀장부의 기록이
상세해 수사가 진행되면 금품수수 사실이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 관련자 명단 =검사장 법원장급 이상은 6명이 거론되고 있다.

K전법무부장관, C지검장, 전J검사장, 법무부 모 검사장, 검사장 출신
C변호사, L판사 등이다.

이외 27명의 판.검사들이 연루된 것으로 나타났다.

<> 어떤 처벌을 받나 =이 변호사가 판.검사나 관련직원에게 돈을 준 것으로
드러나면 뇌물공여죄 적용이 가능하다.

돈을 받은 판.검사에게는 형법상 뇌물수뢰죄 등을 적용할 수 있으나 대가성
을 입증해야하는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금품거래가 없는 단순소개라도 대법원과 검찰은 징계를 할 방침이다.

<> 여파 =국민의 정부가 추진중인 사법개혁의 강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변호사협회의 로비로 변호사법 개정작업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이번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또 문제가 되고 있는 판.검사 대부분이 부장급이상이어서 다음달로 예정된
법원 검찰의 정기인사때 태풍이 일 것으로 보인다.

< 김문권 기자 mk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