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시간대의 서울 지하철1호선 남영역 부근 굴다리 4거리.

숙명여대방향에서 온 차량들이 좌회전.직진 동시신호를 받아 줄줄이
한강대로와 용산전자상가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직진차로는 잘 빠지지만 좌회전로는 굴다리밑에서 정체가 빚어진다.

좌회전하자마자 횡단보도가 있는데다 굴다리를 지나 한강대로와 교차하는
짧은 구간에 수많은 차량들이 좌회전 신호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용산전자상가쪽에서 기다리고 있던 차량들의 직진 신호가
떨어졌다.

하지만 반대편 좌회전 차량들로 진로가 막힌 상태.

그러거나 말거나 1, 2차로에서 기다리고 있던 직진차량들은 "내 권리를
빼앗길 순 없지"하며 힘차게 핸들을 돌린다.

교차로를 크게 돌아서는 좌회전 대기차량 사이로 파고 들기 시작했다.

진로를 더 방해받은 2차로 차량이 1차로로 끼어들기까지하는 바람에 혼잡은
극에 달한다.

"빵빵", 번쩍번쩍, 삿대질, 욕설..

그러다 직진신호가 끊어지면 이제는 왼쪽에서 직진해오는 차량들의 "공격"
을 받는 처지가 된다.

횡단보도 통행도 문제다.

직진신호등이 켜져 있는 동안 횡단보도를 빠져 나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이는데도 꾸역꾸역 정지선을 넘어온다.

"직진하라고 만든 파란불인데 안가면 내 손해.."식의 안면몰수다.

맞은편의 U턴 대기차량이나 보행자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내가 곧 남의 입장이 될지 모르지만 그땐 그때고 지금은 나부터 먼저
가고보자"는 심보다.

"짬밥 한번 굶으면 평생 만회가 안된다"는 군대용어를 연상케할 정도다.

교차로나 횡단보도 통행방법을 모르는 운전자는 하나도 없다.

위반하면 최저 4만원에서 7만원의 벌금과 10~15점의 벌점을 맞게된다는 것도
대부분 알고 있다.

그러나 안지켜진다.

아는것과 행동하는 것이 별개다.

교통질서에 관한한 그야말로 "후안무치"다.

일본의 중소식품업체 고문 후쿠시마싸는 이같은 서울의 교통실태에 대해
이해할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도로도 넓고 조금만 양보하면 될텐데 왜 저렇게 서두르나요"

일본에서는 그런모습을 찾아볼수 없다는 얘기였다.

질서의식 결여탓도 크지만 단속이 제대로 안되는 것도 무질서를 부채질하고
있다.

대만 대표부의 여욱광 공보담당관(46)은 "대만에서는 신호등이 언제 끊길
것인지를 운전자가 계산해서 교차로에 진입해야한다"면서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교차로마다 설치된 무인감시카메라에 1백% 적발된다"고 말했다.

위반시의 벌금은 한국보다 2배가량 높은 10만원 정도.

여 공보관은 "수도 타이페이에서도 과거에는 한국처럼 교차로 체증현상이
심했다"며 "그러나 감시 카메라를 설치한 이후에는 거의 사라졌다"고 말했다.

서울의 경우 무인감시 카메라가 설치된 곳은 서울역과 을지로 5가 두군데뿐
이다.

< 김화주 기자heewoo@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