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는 올 연말께 바닥을 형성한 후 점차 회복세를 탈 것"이라고
사나다 유키미쓰 아이치슈쿠토쿠대 교수는 말한다.

그는 또 원화는 당분간 강세 기조를 유지할 것이며 특히 미국계 투자가들이
아시아 특히 한국에 대한 투자를 늘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금융계에서 대표적인 한국전문가로 꼽히는 그는 최근 주일 한국기업
연합회가 창립 5주년을 기념해 개최한 세미나에서 "일본경제전망과 한국
금융문제해법"을 주제로 특별 강연을 하기도 했다.

세미나가 끝난 직후 한국 경제 회복 전망 등에 대해 그와 인터뷰를 가졌다.

< 도쿄=김경식 특파원 kimks@dc4.so-net.ne.jp >

-----------------------------------------------------------------------

- 끝이 없어 보이던 엔화약세가 강세로 반전된지도 꽤 됐다.

엔화강세는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러시아에 위기가 발생하면서 미국계 은행의 신용도가 떨어졌고 상대적으로
일본에 대한 평가가 높아졌다.

이것이 엔강세의 원인이다.

금융관련법안의 국회통과로 금융시스템회복의 기반이 마련된 것도 요인
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엔강세 기조가 정착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시장에서는 헤지펀드가 또다시 달러를 사들이면서 달러당 1백50엔대의
엔저가 재연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기도 한다.

또다른 전문가들은 엔환율이 1백5엔대까지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대부분 1백15~1백25엔대를 적정 수준으로 보고 있다.

지금은 1백15엔대에서 하나의 벽이 형성된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문제는 경기를 가늠하는 주가 동향이다.

엔고가 지속되려면 주식 부동산으로까지 돈이 몰려들어와야 한다.

주식이 강세를 보여야 일본에도 돈이 돌아왔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 엔고 지속 여부는 결국 경기회복 여부에 달려 있지 않겠나.

일본 경기는 회복되고 있는 것인가.

"금융계의 경험으로 볼때 현재의 일본경제는 여전히 "아주 나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체감 경기는 부문별로 상당한 차이가 나는 것도 사실이다.

그 이유 가운데 하나로 조성금제도를 지적할 수 있다.

수해를 입은 사람에게 농가보조금이 지원되고 일시귀휴중인 근로자에게도
고용조성금이 지급되고 있다.

이같은 제도 때문에 당장 심각한 곤란을 느끼는 쪽은 도시근로자뿐이라고
할 수 있다.

서민들이 피부로 위기감을 느낄 때가 바닥이라고 생각한다.

경기회복 여부를 좌우하는 것은 바로 신용회복이라 할 수 있다"

- 일본의 최대문제는 금융기관의 대출기피와 대출금 회수에 따른 신용수축
현상이다.

신용은 언제쯤 회복될 것으로 보는가.

"국제금융시장 분위기가 서서히 달라지고 있다.

그러나 민간은행이 적극적으로 신용을 공급하고 창조하는데는 아직까지
한계가 있다.

민간은행들은 아직 자신의 신용부터 보완해 나가야할 입장이다.

정부의 요구를 지키면서 융자를 늘리기가 아직은 불가능한 형편이다.

BIS비율 등에서 취약한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신용보증기금 같은 공적기관에서 먼저 신용창조에 앞장서야 한다.

위험도가 제로인 기관들이 먼저 신용을 창출해야 한다는 예기다.

이를 위해서는 복잡한 절차와 까다로운 융자조건부터 개선해야 할 것이다"

- 엔화 국제화 움직임이 다시 본격화하고 있다.

"엔 국제화"라는 개념에는 아시아 인근국들의 통화도 포함되는가.

"지난 96년 아시아통화 프로그램이 만들어졌다.

AMF(아시아통화기금) 플랜이 탄생했던 것이다.

97년에는 일본 정부가 아시아 각국을 방문해 AMF에 대해 설득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통화위기가 발생한 가운데 중국의 견제가 나오면서 일단 제동이
걸렸다.

세계금융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달러 유러 엔이 균형을 유지하는 3축 통화
체제가 바람직하다.

아시아통화체제 구축을 위해 경제력과 수입능력이 있는 통화를 기축으로
하는게 필요하다.

이는 바로 엔화다.

그러나 일본은 군사력 정치외교력면에서 문제가 있다.

따라서 한국 중국 등과 바스킷 제도를 만들어 균형을 유지하는게 바람직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 미국 유럽계 금융기관들의 아시아 영업이 계속 위축되고 있는데.

"홍콩에 진출해 있는 골드만삭스, 모건 등이 모두 감량경영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계 은행들의 홍콩 비즈니스는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서도 메릴린치가 감량 경영에 들어섰다.

컨트리리스크가 있는 나라에는 투융자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들의 방침이다.

최근 중국의 광동국제신탁투자공사(GITIC) 파산으로 유럽계 금융기관들이
더욱 위축되고 있다.

아시아 신용수축이 큰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 한국의 상황은 나아지고 있는 것인가.

"한국 경제는 최근들어 국제금융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미국계 은행들이 한국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미국은 아시아에 돈을 대주고 싶어한다.

시장분위기도 계속 호전되고 있다"

- 한국경제는 언제쯤 회복될 것으로 보는가.

"시장만으로 볼때는 올해말 쯤이 바닥이 될 것 같다.

내년에 가서는 회복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가장 큰 변수는 내년 4월의 채무만기연장(롤오버) 문제다.

일본 유럽 미국계의 롤오버 대상채무 규모는 1백억달러 이상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 은행들은 정부의 지시가 없으면 롤오버를 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만일 롤오버 문제가 해결된다면 한국경제는 급속히 회복될 것으로 본다.

그러나 롤오버가 제대로 안될 경우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이번이 두번째 롤오버이므로 충격이 종전 보다 훨씬 더 클 수도 있다.

한국은 이 문제에 특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

- 한국 원화의 환율은 어떻게 전망하는가.

"환율을 예측하기란 무척 어렵지만 원화 환율은 적어도 지금과 비슷하거나
아니면 약간 더 강세로 갈 것으로 전망한다.

당장 러시아경제가 회복되기도 어렵고 미국도 신용도를 회복하기가 어려울
것이기 때문에 원화는 최소한의 강세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 한국 시장에 대한 유럽계 투자자들의 움직임은 어떤가.

"유럽계 은행의 투자대상은 현재로서는 일본 뿐이다.

도이치은행은 채권투자로 큰 타격을 받아 채권매입에 신중해지고 있다.

커머셜뱅킹은 대출리스크 부담이 가능할 때 이뤄질 수 있다.

아직은 아니라는 얘기다.

따라서 모든 기업이 대출대상이 될 수는 없다.

한국의 국영기업이나 은행을 대상으로 제한적인 대출재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 사나다 교수 약력 ]

<>.게이오대 법학부
<>.도쿄은행 서울지점(85~87년)
<>.도쿄미쓰비시 인터내셔널 서울지점(97년)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