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은행직원들과 짜고 해외이주자의 명의를 도용, 6천4백만달러(한화
5백억원상당)를 환전한 뒤 밀수자금 등으로 사용한 환전브로커와 밀수업자,
은행직원 등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서울지검 외사부(강충식 부장검사)는 16일 불법환전을 알선해온 브로커
박윤서씨(41)와 환전한 돈을 밀수자금 등의 용도로 사용한 반상윤씨(36),
불법환전을 도와준 조흥.국민은행 직원 6명 등 11명을 외국환관리법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3명을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씨 등은 92년 11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5년간 7백여명의
해외이주자 확인서를 도용, 2백3회에 걸쳐 1천9백만달러를 불법환전해주고
수수료로 6억4천여만원을 챙긴 혐의다.

검찰수사결과 구속된 한국해외해운 직원 허준씨(40)는 해외이주관련서류
5백40여건을 박씨에게 건네주고 건당 30만원씩 총 1억6천여만원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환전한 돈을 미국 시티은행과 수표발행계약을 맺은 조흥.국민은행의
직원을 통해 송금수표로 발급받아 해외에 밀반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들 송금수표중 일부가 벨기에, 이스라엘등지의 다이아몬드회사
에서 추심되는 등 불법환전자금의 상당액이 보석밀수자금으로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환전용 해외이주확인서를 실제로 사용하지 않는 해외이주자들이
많고 송금수표의 경우 액면한도가 없다는 점에 착안,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 이심기 기자 sg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