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체제 이후 무전취식이나 무임승차 등 사소한 금전시비로 말다툼을 벌이다
즉결심판소에서 "법의 심판"을 받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동부 북부 남부 응암동 등 서울지역 4곳의 즉결심판소에는 매일 오전
8시부터 하루종일 즉결심판을 받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서울시내의 하루평균 즉결심판 건수는 2백여건으로 즉결심판의 대부분이
IMF로 인한 생계형범죄.

그중에도 실직으로 노숙생활을 하다가 배고픔을 도저히 참지못해 무전취식
하다 경찰에 넘겨져 즉결심판을 받는 사례다.

서울 은평구 응암동의 즉결심판소에서는 9일 50여건의 즉결심판이 이뤄졌다.

"정모씨, 주소와 주민등록번호는요"

"예 영등포구 당산동에 살고 611012-1917XXX입니다"

"지난 3일 남대문 근처 모식당에서 밥을 먹고 돈을 내지 않았죠"

"예"

"구류 2일입니다"

"다음 김모씨"

서울역 용산역 일대에 무전취식자들이 늘면서 이같은 즉결건수가 하루에
10여건에 이르고 있다.

이 심판소의 한 관계자는 "최근 식당에서 밥을 먹고 돈이 없어 재판받는
무전취식자들이 한달 20~30건에 달한다"며 "즉결심판 대상이 예전의 부랑아나
노숙자들이 음주소란 불안감 조성 물품강매 등에서 무전취식 무임승차 등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서부지원관할인 남대문 경찰서 방범지도계 즉결담당 강일원형사는 "무전취식
무임승차로 즉결심판을 받는 사람이 한달에 10~15건으로 지난해보다 50% 정도
늘었다"며 "세상살이가 그만큼 힘들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서울역 파출소에는 IMF이후 택시요금때문에 손님과 택시기사가 시비를
가리기 위해 파출소를 찾는 경우가 매일 2~3건씩 발생, 즉결심판으로 가고
있다.

이들은 평소보다 1천원 정도 많이 나온 택시비를 둘러싼 시비다.

주택가가 밀집해 있는 강서 양천 영등포 금천구청을 맡고있는 남부지원
즉결심판소에는 택시요금 시비로 즉결에 회부되는 사람들이 부쩍 늘고 있다.

문래동 남부즉결심판소 관계자는 "이날 평소 퇴근길 택시요금보다
2천5백원이 많게 나와 요금을 안내고 택시기사와 시비를 벌이다 즉결에
넘겨진 한 직장인이 벌금 3만원의 결정을 받았다"고 말했다.

남부지원에도 지난달부터 무임승차,무전취식등의 경범죄 처리건수가 30%
정도 늘고 있는 추세다.

주택가 이면도로 주차시비도 급증하고 있다.

각 구청에 마련된 한달 5만원이하의 공용주차장비용을 아끼기 위해
집앞주차를 둘러싼 실랑이가 늘고 있는것.

노량진 경찰서 방범지도계 박희동 경장은 "큰 돈과 무관한 택시요금 시비
등 사소한 일로 싸움을 벌이다 파출소를 찾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며
"대부분 합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지만 한달에 5건정도가 즉결로
넘겨진다"고 밝혔다.

< 김동민 기자 gmkd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