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헌책방거리가 되살아나고 있다.

IMF체제이후 중고서적을 찾는 고객들이 급증,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쇠퇴일로에 있던 헌책방거리가 회생되는 것은 20여년만의 일이다.

청계천 헌책방거리는 한창때인 지난 70년대 초까지만해도 책방이 1백20여
개에 달했다.

그랬던 것이 고도경제성장으로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헌책방수가 50개로
감소, 청계천일대에서 사라질 위기까지 몰렸었다.

하지만 IMF체제직후인 지난해말부터 헌책을 찾는 고객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허리띠를 졸라매며 아껴쓰던 개발연대 소비패턴이 부활된 것이다.

최근들어 책방마다 찾아오는 고객들이 지난해보다 30%이상 늘었을 정도다.

이때문에 각 책방의 매출도 덩달아 30~40% 늘어났다.

이곳에서 10여년간 책방을 운영하고있는 채오식(40) 밍키서림사장은 "하루
평균 찾아오는 손님이 예전보다 30%가량 늘어 1백여명을 넘어서고 있다"며
"매출도 40%가량 증가할 정도로 IMF특수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귀띔했다.

일반인들이 주고객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도 IMF가 가져온 또다른 청계천
책방거리의 새풍속도다.

예전엔 학생들이 주류를 이뤘으나 주머니가 가벼워진 일반인들까지 몰리고
있어서다.

특히 자녀와 함께 오는 학부모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이곳 헌책방조합인 한국서점조합 평화지부 고경종(53) 회장은 "예전엔 80%
이상이 학생 손님들이었으나 요즘들어선 일반인들이 50%를 넘어설 정도로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발길이 거의 끊어졌던 지방거주 고객들도 다시 찾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2년생인 딸과 함께 헌책방거리를 찾아온 주부 양후남(44.청주
신봉동)씨는 "책값이 싸다는 소문을 듣고 처음왔다"며 "권당 1만원하는
47권짜리 전집을 2천원씩에 샀다"고 말했다.

손님들이 몰리자 헌책방들의 문 여는 시간도 대폭 앞당겨졌다.

예전엔 오전10~11시에 문여는 서점이 대부분이었으나 요즘 들어서는 오전
8시30분께 영업을 시작하는 책방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 서점주인들의
얘기다.

이곳 헌책방들의 서적확보량은 평균 7천~8천권.

전체 50개 책방의 판매물량을 합하면 무려 35만~40만권가량이다.

이같은 대규모 물량을 확보하고 있어 책값이 싸기도 하지만 대형서점에서
살 수 없는 책을 구입하기위해 찾는 고객도 많다.

이곳을 찾은 문천일(30.공예디자이너)씨는 "종로서적이나 교보문고에 없는
책들도 이곳에서 찾으면 있는 수도 있다"며 "많게는 1주일에 2~3번 올 때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청계천 헌책방조합은 다시 찾기 시작한 고객들의 발길을 붙들어 놓기
위해 유례없이 친절캠페인까지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다.

< 류성 기자 sta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