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은 잔인한 달이 될 것 같다.

부실판정을 받은 55개기업과 5개퇴출은행 임직원에 대한 "퇴출작업"이 본격
시작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들의 정리해고와 생명보험 리스사 등
제2금융권의 구조조정도 예정돼 있어 근로자들에게 7월은 사상 최악의 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달부터 쏟아져 나올 실업자수는 5개퇴출은행에서 5천여명, 55개 퇴출
대기업에서 3만여명, 현대자동차에서만 4천8백여명 등 최소한 4만여명에
달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고보니 바캉스철이 돌아왔는데도 많은 근로자들은 휴가
계획을 아예 취소하고 생존전략수립에 고심하고 있다.

금융당국으로부터 조건부 승인 판정을 받은 조흥은행 본점에 근무하는
K차장은 "증자 실현 가능성이 극히 낮은 만큼 합병이 유일한 활로이지만
이과정에서 대량 감원사태가 발생할 것"이라며 "언제 길거리로 나갈 지
모르는데 휴가가 웬말인가"고 탄식했다.

연말까지 해외우량합작선을 잡지 못하면 문 닫게되는 S증권 직원들 역시
휴가갈 생각조차 못하고 있다.

이회사 L부장은 "지난해 이맘때만해도 휴가때 어떻게 놀지 고민했지만
내년이후 무슨 일을 해야할지 불안하기만 하다"고 털어놓았다.

금융감독위원회관계자는 "종금, 은행에 이어 내달부터 증권, 생보,
리스사중 한계기관의 정리가 본격화될 것"이라며 "관련자들에게 바캉스는
없는 셈"이라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형편이 낫다는 5대 재벌조차 비우량계열사 처리작업과 공정거래
위원회의 계열사간 내부거래 조사로 "싸늘한 여름"을 보내고 있다.

L그룹의 P상무는 "휴가 이야기를 꺼내면 미친 사람 취급을 받을 정도"라며
"직원들은 생산활동에만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자동차 J과장은 "당장 정리해고가 임박했는데 휴가를 떠날정도로
용기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고 반문했다.

그나마 운좋게 휴가를 떠나는 일부 회사원도 IMF형 바캉스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S전자 L과장은 "지난해에는 고향집을 다녀온뒤 동해안 콘도미니엄으로
2차를 갔지만 올해는 본가 방문으로 끝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견 제조업체 H사의 최모씨는 9인승 승합차를 갖고있는 처남 가족과 함께
오토캠핑장을 찾기로 했다.

이같은 세태에 관계없이 뷰유층의 씀씀이는 여전하다.

미국 알라스카빙하지역을 호화유람선으로 관광하는 H여행사의 크루즈여행은
일인당 8박9일에 3백96만원을 내야한다.

7월말 17명, 8월초 10명이 출발하는 일정의 예약이 이미 마감됐다.

여행사 관계자는 "기착하는 항구마다 연어낚시등 선택관광이 있어 돈을 더
써야하는데도 가격을 문제삼는 손님은 없다"고 말했다.

< 최승욱 기자 swchoi@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