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홍리스트"가 정계와 재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7백80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구속된 청구그룹 장수홍회장에게서
뇌물을 받았을 것이란 명단이다.

김경회 전 철도청장이 첫 타자로 이번 주중 사법처리될 전망이다.

"리스트"가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청구가 이른바 TK 본거지인 대구지역의
주력건설업체라는 점.

5,6공과 문민정부를 거치면서 빠르게 성장한 기업인 만큼 정치권을 긴장
시키기에 충분하다.

리스트에 거물정치인들이 포함되어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고 그래서 청구가
정계재편의 지렛대역할을 할 것이란 "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 전청장은 "피라미급"이란 소리다.

그러나 "리스트"에 가장 격분하는 것은 청구직원들이다.

장 회장의 비자금조성규모와 변칙경영이 상상을 초월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회사의 회생가능성이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

4백60여명의 청구 임직원들은 지난해 9월 회사로부터 미분양아파트와
오피스텔을 강제로 떠안았다.

여기까지는 "관행"이라고 했지만 회사측은 한술더떠 이를 담보로 3백57억원
을 대출받아 유용했다.

1인당 많게는 4억2천만원에서 최소 6천만원까지다.

대출금이자를 물어주던 회사측은 지난달부터 이자지급마저 중단하고 있다.

회사가 이대로 무너지면 직원들은 월급과 퇴직금은 커녕 장회장이 유용한
회사빚까지 떠안아야 할 판이다.

많은 직원들이 벌써 개인파산상태에 이르렀고 일부는 "이혼" 등 가정파괴의
비극까지 겪고 있다.

"배신감을 넘어 분노까지 치솟습니다. 직원들을 빚구덩으로 몰아넣은채
그렇게 많은 비자금을 유용하다니.. 그 돈 일부만을 회사를 위해 썼어도
벌써 살아났을 겁니다"

회사에 "충성한 죄" 밖에 없는 직원들은 더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있다.

육동인 < 사회2부 기자 dongi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