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전 9시30분 스위스그랜드 호텔에서 열린 범태평양컨퍼런스 개막식
현장에서 이색적인 광경이 목격돼 참석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규성 재경부 장관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는 동안 연단아래 청중석에서
수화통역자가 한 청각장애인 참석자를 위해 연설내용을 "손"으로 꼼꼼히
전달하고 있었던 것.

이 청각장애인은 케빈 마이어 미 네브래스카대학 회계학과 학생.

수화통화를 맡은 이는 이 대학 소속 수화통역 직인 프란시스 보리바지 여사.

네브래스카 대학이 이번 서울컨퍼런스에 참석한 단 한명의 청각 장애학생인
마이어군의 "귀"역할을 하라며 항공권과 호텔숙박비를 부담하면서까지
보리바지 여사를 딸려보낸 것이다.

마이어 군은 "보리바지 여사의 도움으로 이 장관의 연설내용을 모두 이해할
수 있었고 남은 회의일정도 빠지지 않고 참여해 토론을 벌일 것"이라며
"이번 서울 컨퍼런스에서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현재 네브래스카대학에는 마이어군과 같은 청각장애학생이 6명 있으며
이들을 위해 3명의 수화통역자가 상시 고용돼 있다.

이들 수화통역자들은 학생들의 강의시간이나 과외활동을 일일이 따라
다니며 귀역할을 하고 있다고.

이날 회의에 참석한 국내대학 관계자들은 단 한명의 청각장애인을 위해
수화통역자까지 딸려보내는 네브래스카대학의 세심한 배려가 "부럽기만
하다"고 입을 모았다.

< 김수찬 기자 ksc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