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섭 회장님!

청천하늘에 이 무슨 날벼락입니까.

생전의 온유함이 안전에 생생하고 자애로운 목성이 귓전을 맴도는 데
갑자기 하늘의 부름입니까.

이나라 경제를 위해 아직도 너무나 할일이 많은데 천상의 무엇이 급해
이리도 빨리 가셨습니까.

새삼 하늘이 야속해집니다.

회장님께서는 서세동점의 대 전환기, 우리 국운이 풍전등화같던 금세기초
1910년 평북 정주에서 태어나셨습니다.

비록 나라는 힘들고 가세는 어려워도 타고난 총명과 영민으로 시대의 명문
오산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나오셨습니다.

우국의 영재들이 모인 그 곳에서 나라를 바로 세움은 바른 사업을 세움에서
비롯된다는 사업애국의 철학을 몸에 익히셨습니다.

그후 만주에서 회장님은 너무나 탁월한 사업의 수완을 보여주셨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부지런하다는 일본 사람들의 서리에서도, 돈버는 계산만큼은
묻지말라는 화상을 상대해서도 회장님의 사업은 날로 번창하셨습니다.

단순히 사람이 물건을 팔고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소명을 받아
혼을 담고 정성을 심은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됩니다.

해방을 맞아 월남할 때 그 흉중이 얼마나 참담하셨을까.

사업으로 나라를 일으키려는 기업인의 소망이 이념의 장벽앞에 갈라졌을때
얼마나 억울하셨을까요.

그러나 적수공권으로 유리공장을 짓고 이 공장에서 세계 최고의 유리가
나올 때 그 보람은 설움을 메우고도 남았을 겁니다.

무릇 빈손으로 온 인생, 하나님의 정성과 혼을 대신한 회장님의 청지기
철학이 아니었으면 결코 이루지 못할 사업이었을 겁니다.

사업을 궤도에 올려놓으시고 회장님은 전경련을 창립하셨습니다.

경영인으로 새로운 성가를 받으신 때도 그 때였습니다.

한.중경협위원장으로 그 당시 동북아의 신경제질서 구축에 진력하셨고
일본 미국 유럽 등 선진제국과의 경협증대에도 남다른 비전을 설파해
주셨습니다.

부회장으로, 고문으로서 전경련을 반석에 놓으시고 그 전경련이 이나라
경제를 이끄는 주도적 역할을 담당했으니 남다른 혜안에 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최태섭 회장님.

나라가 어렵습니다.

모두가 중심을 찾고 있습니다.

경제인으로, 신앙인으로 회장님의 철학과 신조가 더없이 소중할
따름입니다.

그러나 생전에 회장님을 뵙고 배움을 받았던 저희는 행복합니다.

회장님의 가르침을 후세에 잇고 나라 경제를 바로 세우는 길이 회장님을
영생의 나라로 모시는 길임을 알고 저희는 그대로 행할 따름입니다.

부디 현세의 일일랑 남아있는 우리에게 맡기시고 하나님의 나라에서
영생하시옵소서.

1998년 5월 31일

강신호 <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동아제약 회장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