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차장급 프로듀서인 이형모(52)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언론노련)
위원장이 28일 KBS 신임 부사장으로 전격 내정돼 파문이 일고 있다.

이씨의 이번 부사장 내정은 차장급 프로듀서가 부장 국장 본부장 등
4단계를 뛰어넘어 부사장으로 수직상승했다는 점뿐 아니라 언론노동운동단체
인사에게 공영방송 중책을 맡겼다는 점에서 파격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번 인선은 앞으로 KBS에 거센 개혁 바람을 예고하고 있다.

KBS의 한 관계자는 "박권상 사장이 자신의 개혁의지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개혁적 성향이 강하고 내부사정에도 밝은 인물이 필요하다는 인식아래 그를
선택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박 사장은 이같은 방침을 이사회에 통보하고 이해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동호 부사장은 이날 사의를 표명했다.

KBS 라디오 편성본부 차장으로 있던 이씨는 27일 KBS에 사표를 제출한데
이어 28일 언론노련 위원장직도 사임했다.

KBS는 조만간 임시 이사회를 열어 최 부사장 사표처리와 함께 후임 부사장
임명동의 절차를 거칠 방침이다.

KBS 내부에서는 이번 인선을 둘러싸고 기대반 우려반의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노조와 일부 이사회멤버, 상당수 간부는 조직질서를 무너뜨린다며 노골적인
불만을 터뜨리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이와관련, 당초 30일 열릴 예정이었던 임시이사회가 일부 이사들의 반발로
내주초로 미뤄졌다.

이씨는 지난 70년 기독교방송 프로듀서로 방송에 입문, 동아방송을 거쳐
80년 언론 통폐합조치때 KBS로 자리를 옮겨 94년부터 언론노련 위원장직을
맡아왔다.

방송계는 그가 그동안 언론개혁에 상당한 관심을 보여온 점을 감안해 볼때
박 사장과 호흡을 맞춰 KBS조직과 프로그램을 대폭 바꿔나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박해영 기자 bono@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