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특수가 자취를 감추고 있다.

유례없는 경기불황으로 어느때보다 선거열기가 가라앉으면서 선거특수는
이제 옛말이 되고 있다.

이에따라 이번 6.4 지방자치제선 거를 앞두고 과거 선거특수를 톡톡히
누렸던 업계마다 울상이다.

28일 인쇄 제지 관광 광고 등 관련업계에 따르면 예년 선거의 경우 보통
선거일 한달전부터 관련제품의 수요가 크게 늘어나는 등 ''선거호황''을
누렸지만 올해는 아직까지도 선거특수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업계마다 선거특수에 대한 기대는 접은지 오래다.

실제로 선거철이면 가장 혜택을 누렸던 인쇄업계의 경우 명함, 팸플릿 등
홍보물 제작 주문이 거의 들어오지 않고 있다.

이때문에 인쇄용지를 공급하던 제지업체들도 덩달아 제지수요가 전혀 늘지
않아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수백개의 인쇄업체가 몰려있는 충무로의 경우 예전 같으면 선거특수로
공장가동이 멈추지 않았겠지만 최근들어 오히려 20~30%가량이 일감이 없어
도산에까지 다다른 실정이다.

이곳에 있는 예림카드의 이윤수(42) 관리부장은 "과거에는 지금쯤이면
인사장 등 홍보용인쇄물을 만드느라 정신이 없었겠지만 이번에는 아직까지
선거관련 일감을 단 한건도 주문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인쇄업계의 경우 이번 선거를 앞두고 일감을 수주한 업체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선거특소란 찾아볼 수가 없다.

제지업계도 판매물량을 예년의 절반수준인 5천~6천t으로 낮게 잡는 등
이번 선거에 큰기대를 걸지 않고 있다.

선거 경기가 썰렁한 것은 서점 차량대여업체 광고대행사 등도 마찬가지.

현재 교보문고 종로서적 등 대형 서점들에 나와 있는 선거관련 책자는
과거 선거를 앞두고 출판된 10여종이 고작으로 지난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선거시즌에 별도 코너까지 마련, 40~50종을 진열해 놓고 하루에 20~30권씩
판매했던 것에 비하면 큰 대조를 보인다.

교보문고의 차정아(26) 판매사원은 "이번 선거를 앞두고 나온 책이
10여권도 안될뿐더러 그나마 하루에 한권도 팔리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설명했다.

차량대여업체들과 관광사들의 경우도 선심성 관광 등 불법선거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선거특수란 옛말이 됐다.

과거 선거철에 전세버스 대여로 수익을 올렸던 서울 중구 태평로 K관광의
경우 현재 선거캠프로부터 단 1건도 예약을 받지 못했으며 트럭 등을 개조해
선거유세차량을 제작해주는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D업체 등도 현재 거의
일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이밖에 출마자의 광고물을 제작해주는 A&T 등 정치광고대행사들과 D음향
등 야외용 스피커.앰프 대여업체 등도 선거특수를 기대하며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역시 실적은 미미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선거가 임박하면 반짝특수를 노린 각종 업체들이
난무하지만 올해는 잠잠한 상태"라며 "IMF한파로 인해 올해 선거특수는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류성 기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