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인천 J정공이라는 중소업체에 재취업한 김모(46)씨.

성균관대학교를 졸업하고 14년동안 자동차회사에서 일하던 그는 작년
12월 30일 구조조정에 휩쓸려 회사를 떠났다.

처음엔 눈앞이 캄캄했다.

친구 친척은 물론 가족들에게도 실직사실을 말하지 못했다.

밤에 전화벨소리를 들으면 깜짝깜짝 놀라곤했다.

죄인 아닌 죄인이라는 자괴의식때문이었다.

토요일엔 혼자 청계산에 올라 소주한병 마시고 내려오기도 했다.

잠을 못이뤄 뒤척이는 날이 이어졌다.

그러던중 그는 우연히 서울역 지하도를 지나가게 됐다.

친구와 진로상담을 하기위해 대우빌딩으로 가는 길이었다.

그때 수많은 부랑자들이 자선단체가 주는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

그순간 자기는 그들보다 행복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그리고는 자기운명을 떳떳하게 받아들이기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실직사실을 알리고 새일자리를 찾아나서기로 결심했던 것.

실직 2주만의 일이다.

그는 그 다음날부터 취업알선기관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잘만하면 일자리를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됐다.

구직활동에 전념키위해 이사까지 결심한다.

아예 인력은행 등 취업알선기관이 있는 곳으로 옮기는 게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그래서 아산에서 수원으로 이사했다.

인력은행의 중개로 본 면접만도 20여차례.

그는 드디어 지난주 재취업에 성공했다.

그것도 전직장에서 했던 일과 비슷한 분야다.

월급여가 2백80만원에서 1백50만원으로 낮아졌지만 대만족이다.

최근 구직을 희망하는 사람들에게는 이같은 취업알선기관이 기댈 수 있는
언덕이다.

특히 공공취업알선기관은 구직자들사이에 인기가 높다.

이들 기관을 통해 일자리를 얻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 광주 대구 인천 부산 대전 수원 등 전국 7개 대도시에 있는
인력은행을 통한 취업률은 상당히 높다.

지난 1일부터 21일까지 인력은행을 찾은 실업자 1만3천3백명중 3천1백명이
취업해 23.3%의 취업률을 기록했다.

최근의 구직난을 감안해보면 기록적인 수치이다.

서울인력은행의 한 관계자는 "인력은행에 등록해 취업한 사람의 경우
구직활동기간은 평균 1개월 정도"라며 "이 기간동안 등록자는 1백여개
기업을 알선받아 면접만도 25차례 정도 받게된다"고 설명했다.

전국 46개 지방노동관서에도 구직자들이 몰리고 있다.

지난 1일부터 26일까지만도 무려 6만여명이 구직을 신청해 이중
2천9백28명이 새로운 일터를 찾았다.

공공기관이어서 구인업체가 많이 몰리고 있다는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경영자총협회와 중소기업진흥청 중소기업진흥공단 등이 운영하는 인재은행
과 취업알선센터의 경우도 하루 40~50여명의 구직자들이 꾸준히 방문하고
있다.

이들 기관의 취업률은 공식집계로는 1~10% 안팎이다.

그러나 중소기업청의 취업관련 담당자는 "그동안 1만여명의 구직신청자들을
알선해주었으나 이들중 대부분이 취업이 되더라도 결과를 알려주지 않는다"며
"실제 취업률은 훨씬 높다"고 말했다.

이들 기관도 구직자들에게 하루 평균 40여개 기업을 알선해주고 있다.

취업알선 담당자들은 그러나 취업은 본인이 어느정도 노력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지적했다.

경기인력은행의 한 취업상담원은 "구직자의 취업 노력이 결국 구직활동기간
을 결정한다"며 "구직자들에게 취업알선기관을 믿지말고 최대한 발로 뛰라는
당부를 항상 먼저 한다"고 말했다.

<김태완 기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3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