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출신 장관들이 쏟아지는 인사 청탁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새정권 출범후 여권 인사들이 논공행상차원에서 "물좋은 자리"를
부탁하거나 지역구 주민들의 줄대기가 잇따라 이들은 본연의 업무조차
못하고 있다.

현재 정치인 출신 장관이 재직중인 부처는 모두 12곳.

이중 일부 장관들은 이력서를 1백명이상 받아놓은 상태다.

각 부처 장관비서실에는 여.야 중진의원 및 관련 상임위 의원들로부터
걸려오는 전화가 빗발치고 있으며 정당주변 인사들의 장관 면담요청도
쇄도하고 있다.

또 정치인을 동원한 직원들의 전방위 로비전 등으로 산업자원부
보건복지부 환경부 등은 장관이 취임한지 열흘이 지났는데도 내부
인사조차 마무리 짓지 못하고 있다.

산업자원부는 외교통상부와 중소기업청으로 옮겨가야할 인력 66명을
희망자 중심으로 선정하는 것 외에는 내부인사는 전혀 손을 못대고 있는
실정이다.

박상천 법무장관도 마찬가지다.

지역구 주민의 취직 부탁건수가 쌓이고 있음은 물론 임박한 검찰 정기
인사와 관련, 법사위 출신의원뿐만 아니라 국민회의 의원들의 전화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최재욱 환경부장관은 인사 압력등으로 15일까지도 국.과장급 인사를
단행하지 않고 있다.

하루 2~3통씩 지역주민으로부터 "해고를 당하지 않게 해달라" "재취업
시켜달라"는 전화를 받고 있다.

이정무 건설교통부장관은 최근 간부회의 석상에서 "이곳저곳 줄을 대려는
사람들이 많다"며 "인사청탁을 들어줄 생각은 없으며 일로 평가하겠다"고
공언할 정도다.

모부처 장관측근은 "이미 바둑판이 꽉 찼는데도 새로운 돌을 깔아달라는
인사부탁이 너무 많다"며 "과거에는 대통령 측근 및 여당만 의식하면
됐지만 지금은 복수여당의 눈치를 동시에 보고 있다"고 실토했다.

< 최승욱 / 김호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