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보스워스 주한 미대사.

한국의 안보및 정치현안을 챙기는데 전력해온 전임자들과는 달리
경제흐름을 파악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하고있다.

지난해 11월말 부임한 이래 한국경제가 급전직하,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아야하는 상황으로 빠져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정부가 IMF의 개혁 프로그램을 충실히 지켜나가는것은 한국
자신을 위하는 길임을 충고하고있다.

긴축재정과 통화량 조절에 따른 고금리는 불가피하며 이를 이겨내야
한다는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지난 수주간 김대중당선자를 비롯한 한국의 지도층이 개혁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시키며 이를 구체화 하려고 노력한 결과 외국투자자들의
한국시장에 대한 관심이 되살아나고 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이에 그치지않고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노력이 뒤따라야 이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날수 있다는게
그의 주장이다.

본사 양봉진 편집부국장이 미대사관을 찾아가 김당선자에 대한 미국의
시각 IMF 체제하의 한국경제등에 대한 그의 견해를 들어봤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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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담 = 양봉진 <부국장대우> ]]

-김대중 대통령당선자는 IMF의 개혁조건을 준수한다기 보다는 자발적으로
이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있다.

지난 13일 한국의 4대 그룹총수들과 만나 대기업그룹들의 부채감소및
경영투명성 제고 등을 요청한것도 이런 의지의 일환으로 보인다.

최근 이런 움직임에 대한 평가는.

<>보스워스 대사 =바람직한 변화이다.

기업경영의 투명성 제고는 한국경제의 국제신인도를 높이는 가장 좋은
방안이다.

김당선자는 IMF와의 약속을 이행하기위해 단호한 조치를 단행하고 있으며
이는 경제구조를 튼튼하게 만드는데 긍정적인 역활을 할것으로 본다.

-투자자들의 반응은 어떠한가

<>보스워스 대사 =김당선자는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기위해 한국사회의
개혁에 착수했다.

개혁에 대한 한국국민의 이해를 높이기위한 노력도 병행중인것으로 알고
있다.

매우 중요하면서도 유익한 출발이다.

외국 투자자들도 한국이 IMF조건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이를 이행하기
시작했다고 인정하고 있다.

한국을 떠났던 외국 투자자들이 되돌아와 한국주식을 사기 시작한것이
그증거의 하나이다.

상당히 고무적인 현상이다.

-미국 월가나 다른 은행권의 입장 변화가 있다면 이를 구체적으로
들어달라.

<>보스워스 대사 =지난해 11월과 12월 미국 투자자들 사이에는 한국
금융기관들이 단기외채를 상환하지 못할것이란 우려가 확산됐었다.

그리고 많은 투자자들이 한국을 급속히 빠져나갔다.

이런 와중에 IMF가 한국측에 제시한 첫번째 조치는 경제구조를
개혁하라는 것이었다.

미국 일본 등 국제사회는 그대가로 금융지원을 약속했다.

이결과 한국은 점차 대외 신뢰도를 회복하기 시작했다.

크리스마스 직전 IMF와 한국정부는 IMF 개혁프로그램을 확대 실시한다고
발표했으며 국제사회도 한국에 대한 조기 추가지원을 약속했다.

올들어 2주간 한국에 대한 외국 투자자들의 믿음은 보다 커졌다.

외환시장이 안정을 보이고 주가는 오름세를 타는것도 이런 분위기를
입증하는 것이다.

특히 김당선자가 그룹총수들을 만난것은 외국투자자들에 좋은 영향을
줄것이다.

-한국경제에 대한 IMF의 처방전은 장기적으로는 옳은 방향이라는게
일반적인 견해이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일부 조항의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시각이 강하다.

사실 그처방전을 수용하면서 유동성이 급격히 줄어들었고 이에따라
견실한 기업마저 도산하고 있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보스워스 대사 =지금 조건완화를 거론하기는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한국이 해결해야할 급선무는 국제신뢰도를 높여 통화가치를 안정시키는
것이다.

통화가치가 급락하는 상황에서 어떤 경제개혁도 어렵다.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는게 첫번째 과제이다.

외국인이 투자할수있는 환경을 만들어야한다.

투자리스크가 큰 상황에서는 그만큼 높은 수익이 보장돼야 한다.

한국 금융시장에 대한 투자위험이 줄어들면 그때가서 조건을 수정하는
일이 가능해 질수 있다.

조급하게 대응하는것은 바람직 하지않다.

-제프리 삭스 미 하버드대교수는 지속적으로 IMF 기능에 대해 비판적이다.

세계은행의 조세프 스티글리츠 부총재도 최근 IMF의 처방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동시에 IMF의 스탠리 피셔부총재는 한국의 개혁속도에 만족을
표명했다.

미셀 캉드시 IMF총재 또한 한국을 방문, IMF의 입장을 설명하느라 분주한
나날을 보냈다.

이런 일련의 발언및 노력들이 IMF의 조건완화 가능성을 시사해 주는것은
아닌가.

<>보스워스 대사 =한국에 대한 IMF의 첫번째 처방은 고금리및 긴축재정을
통한 통화안정이었다.

이위기가 완화되면 처방전이 바뀌어야 한다는건 당연하다.

언젠가는 IMF 프로그램의 재조정 문제가 논의될 것이다.

한국인들은 견실한 기업이 파산하는 사태를 안타깝게 쳐다보고 있다.

동시에 부실한 기업을 지원하는데도 반대할 것이다.

양자간 조정은 쉽지않은 문제이다.

한국은 지금 이위기를 극복하기위해 통화안정과 경제구조 개혁 등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쫓아야한다.

거듭 강조하지만 외국투자자들이 한국기업이 무엇을 하고있는지
재무상태는 어떠한지 투명하게 보여주는 일이 중요하다.

이런 변화가 있어야 미국은 한국에 모든 지원을 할수가 있다.

한국은 미국의 주요 관심국이다.

-미국내 아시아국가에 대한 지원에 반대하는 여론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예를들면 알폰스 다마토 상원 금융위원장등 일부 의원들은 이에대한
청문회를 요구중이다.

상황이 어떻게 진행될 것으로 보는가.

<>보스워스 대사 =지난 수주간 미국내에 이문제가 거론된것이 사실이다.

납세자들의 돈으로 외국의 경쟁기업을 돕는다는 식의 비판적 시각이
주류를 이뤘다.

오는 26일 국회가 문을 열면 관련 청문회가 열릴 것이다.

그러나 미국민은 우방없이 홀로 살아갈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미국은 아시아 특히 한국에 대해서는 경제적 이유 못지않게 안보 차원의
정치적인 이유로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다.

대다수 의원들이 한국지원에 지지를 보낼것으로 기대한다.

한국에 대한 미국의 지원은 장기적으로 미국인에도 이익이 될것이다.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는 중요한 현안이 되고있다.

김대통령 당선자는 근로자 기업주 등 3자간 노동시장 안정을 위한
대연합을 추진중이다.

물론 그방향은 국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확보하자는데 있다.

이에대한 견해는.

<>보스워스 대사 =김당선자가 사태를 잘파악, 옳은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는것 같다.

미국도 지난 10여년간 지금 한국이 앞으로 겪어야할 고통스런 실업사태를
경험했었다.

당시 미국 국민들은 평균 4-5개의 직종을 전전했다.

그결과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곧 일자리 확대와 직결된다는 사실을 절감한
것이다.

지금 한직장에서 평생을 보내는 미국 근로자들은 극히 드물다.

한국은 이런 과정을 겪지 않았다.

직장을 잃고 또 새로운 직장을 얻을수있는 경영풍토를 만들어 나가야한다.

이를위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확보하는것은 한국기업에 대단히 중요하다.

기업과 금융기관들이 어려움을 겪자 한국 근로자들은 스스로 월급을
내리고 무급휴가를 수용하는 등 단합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들었다.

이는 IMF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는데 도움이 되며 바람직한
분위기다.

한국인이 갖고있는 장점으로 생각된다.

-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국가들이 겪고있는 경제위기는
보다 심각한것으로 알고있다.

우리나라도 이들 지역에 상당한 투자를 해왔으며 그규모가 2백억달러
정도라는 추정도있다.

이위기는 미국 월가에도 나쁜 영향을 주고있다.

아시아위기의 확산을 방지할수있는 방안은 없겠는가.

<>보스워스 대사 =심각한 일이기는 하나 세계화 국제화시대에 그위기의
확산을 효과적으로 막을 방법은 별로없다.

국제적인 대책이 마련될수도 있겠지만 이경우에도 자칫 과잉대응(overmana
gement)이 될수도있다.

-독일 일본 미국 등 주요국들이 이문제를 다뤄볼수도 있지 않겠는가.

<>보스워스 대사 =선진 7개국(G7) 재무장관및 중앙은행총재들이 최근 자주
만나 이를 논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국제 금융체제를 통제하는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어느 국가도 외부의 지나친 통제를 원치않으며 또 그경우 국제금융시장이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문제점이 노출된다.

-한국의 금융위기가 현재 추진중인 북한 핵발전소 설립사업(KEDO)에
지장을 주지 않겠는가.

<>보스워스 대사 =영향을 주리라 생각지는 않는다.

이는 상업적 프로젝트가 아니다.

한국기업이 필리핀 인도네시아 지역에 투자, 핵발전소를 세우는 것과는
다르다.

이는 정치적 프로젝트이다.

한국 일본 미국 등이 지역안보를 위해 추진하는 작업이다.

건설도 앞으로 수년간에 걸쳐 추진된다.

또 건설비용도 달러가 아니라 원화로 지급된다.

-국제통상 현안과 관련, 미국은 배기량에 따라 다른 세율을 적용하는
우리나라의 세제를 고치라는 압력을 가하고 있다.

그입장에 변화가 없는가.

<>보스워스 대사 =지금은 한국의 위기를 극복하는데 모든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순간 통상현안을 내세워 한국을 몰아세우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때가되면 이문제를 다시 거론할 것이다.

그러나 모든 통상관련 규정을 단순화하고 시장을 개방하는것이
한국경제에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있다.

-김당선자의 대통령 취임으로 남북관계에 변화가 있을것으로 보는가.

<>보스워스 대사 =김당선자는 북한과의 관계를 어떻게 유지해야할지
잘 알고 있다.

미국은 남북한간 대화에서 좋은 결실을 얻기를 희망하고 있다.

일본을 포함한 4자회담도 진행중이다.

그러나 빠른 시일내 어떤 결과를 얻게될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

KEDO(한반도 에너지 개발기구) 등을 통해 관계 개선을 추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김대통령 당선자가 미국을 방문하는 적기는 언제라고 보는가.

<>보스워스 대사 =취임식(2월25일)을 가진후 일정시일내 미국을 방문하길
기대한다.

지금까지 정확한 날짜나 구체적 일정이 결정된 것은 없다.

(김당선자측은 4월중 방미하는 것으로 추진중이다).

현재 한국은 많은 내부 문제(금융위기를 지칭)를 안고 있다.

한국이 안고 있는 불안요소를 상당분 해결한후 미국을 방문하면
빌 클린턴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은 보다 생산적인 결과를 얻게될 것이다.

< 정리=김영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