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여건이 크게 악화되면서 시민들이 병원진료를 자제하고 있다.

이 바람에 경영난이 더욱 악화돼 문을 닫는 병원도 속출하고 있다.

3일 병원업계에 따르면 최근의 경제위기를 반영, 병원을 찾는 환자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는 것.

실제로 일부 대형병원을 제외한 70~2백50병상 규모의 중소병원들은 최근
들어 병실가동률이 연초보다 50%까지 떨어진데다 외래환자마저 격감, 경영
난에 허덕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상황은 국가경제위기에 따른 불안심리 확산으로 시민들이 소비절약
차원에서 의료비지출을 자제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은 성형외과나 치과 등 시급하게 치료를 받지
않아도 되는 질환의 경우 환자들이 더욱 격감하고 있다.

서울 강남에 있는 L치과원장은 "경제불안탓인지 새로 찾아오는 환자가 거의
없다"며 "간단한 조치만 받고 내년이후에나 정식치료를 하겠다는 환자들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더욱이 고가의료장비를 수입한 병원들의 경우 최근 환율급등에 따른 환차손
마저 겹쳐 경영수지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관계자는 "대형병원의 경우 그래도 환자들이 크게 줄고 있지는
않지만 환차손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경제상황이 좋아질 때까지 당분간
의료장비수입을 자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경제위기에 따른 환자급감과 환차손 등의 영향으로 실제 문을 닫고
있는 병원도 크게 늘고 있는 추세다.

대한병원협회에 따르면 올해 4월까지 폐업한 병원은 모두 56개소로 지난해
22곳보다 두배이상 늘어났다.

이 협회관계자는 "저렴한 의보수가에 따른 경영악화에 최근의 경제불안까지
겹쳐 앞으로 자진폐업하는 병원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 김준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