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달력을 미리 구해본 직장인들은 2중3중으로 우울하다.

극심한 불황에 따른 상여금 감소, "국제통화기금 (IMF) 신탁통치"로 인한
대량해고불안 등으로 가뜩이나 마음이 무거운데 98년도 법정공휴일조차
토.일요일에 집중돼있는 탓이다.

내년도 캘린더를 보면 1월에는 신정(1월1~2일)과 설날(1월27~29일) 5일이
모두 평일이기 때문에 달력 첫장을 넘길 때만해도 즐겁다.

그러나 한장 한장 넘길 때마다 탄식이 터져 나온다.

2월엔 공휴일이 없고 3월의 유일한 공휴일인 3.1절(3월1일)은 일요일이다.

4월 하나뿐인 공휴일 식목일(4월5일)마저 일요일이다.

5월 공휴일 이틀 중 석가탄신일(5월3일)이 일요일이고 어린이날(5월5일)
하루만이 화요일로 평일이다.

6월 유일한 공휴일인 현충일(6월6일)도 토요일이다.

2월부터 6월까지 5개월동안 법정공휴일은 5일이지만 이중 단 하루만이
"진정한" 공휴일로서의 의미가 있다.

탄식소리는 7월 이후 하반기에도 이어진다.

제헌절(7월17일)은 평일이지만 광복절(8월15일)은 다시 토요일이다.

9월엔 공휴일이 없고 10월로 넘어가면 상황은 최악이다.

개천절(10월3일)이 토요일에 걸렸고 다음날인 10월4일 일요일에는
추석연휴 3일 중 첫날이 걸렸다.

11월엔 공휴일이 전혀 없고 12월 크리스마스(12월25일)가 평일이란 게
마지막 위안.

2월이후 공휴일 12일중 절반이 넘는 7일을 고스란히 날려버리게 된
것이다.

< 김인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