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경에는 국제통신의 30%가 인터넷망을 통해 이뤄지게 될
전망이며 이러한 점이 AT&T사 등 장거리통신회사들이 인터넷폰사업에
뛰어들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지요"

통신기술에서 세계최고의 연구소인 미국 루슨트테크놀러지스
(구AT&T통신장비부문)사의 벨랩에서 한국출신 여성으로서 최고의 위치에
오른 이현정 박사(37.나이넥스 담당이사).

그는 벨랩이 전체 20만명에 이르는 직원들중 올해 단 4명을 선발,
개인당 수업료 등 25만달러 가량을 지원해 세계적 MBA과정인 "워턴"에서
수학토록 하는 등 차세대 최고 경영자감으로 전략적으로 키우고 있는
인물중의 한사람이다.

그는 지난 82년 서울대영문과를 졸업하고 도미,미국 일리노이 주립대에서
응용통계학박사 학위를 받은뒤 89년 밸랩에 평연구원으로 들어가 9년만에
임원급으로 진급하는 등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박사는 루슨트사가 13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21세기 통신을 준비한다"
주제의 기술세미나에서 강연을 통해 인터넷폰은 값싼 요금이 가장 큰
무기가 되고 있어 장기적인 성장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특히 기존 국제전화사업자들이 "제살파먹기"라는 얘기속에서도
인터넷폰사업에 참여하는 것은 누군가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보다 자신의 살을 파먹는 쪽이 오히려 장기적으로 이익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정보통신은 2000년대 가장 유망한 성장종목이기 때문에 한국의 여성
특히 여대생들이 보다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할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또 기업들이 여성을 포함한 전체인구에서 직원을 뽑게되면 훨씬 우수한
인재를 모을 수있다는 비니지스적 측면에서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는 루슨트사 등 미국기업들은 현재 직원채용과 승진 등 인사에서
여성에 대한 무차별을 도덕적 관점이 아니라 사업적 관점에서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박사는 한국여성이 미국에서 전문직으로 성공하고 싶다면 현지문화에
적응하고 우리의 전통미덕인 다소곳함보다는 당당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박사는 AT&T사에 근무하는 이슬라엘출신의 아미르 마네씨와 2남을
두고 있다.

< 윤진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