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지대엔 세계에서 하나밖에 없는 학과가 있다.

바로 바둑학과다.

1천만 바둑인구를 가진 바둑대국과 세계바둑의 선두주자인 우리나라가
바둑에 대한 학문적인 연구를 제일 먼저 시작해야 한다는 사명감에서 올해
신설됐다.

바둑학과는 4년동안 이론과 실습을 통해 최소한 아마추어 5단정도의 고급
기력을 갖추도록 함과 동시에 체계적인 학문을 쌓아 국내 및 전세계에 한국
바둑을 보급할 수 있는 바둑지도자를 양성하는게 목표다.

학교측은 바둑학과를 대표적인 학과로 정착시킬 포부를 갖고 있다.

이에 따라 현 체육학부내에 소속된 바둑학과를 조만간 별도로 분리.독립할
예정이다.

또 명지대를 바둑의 메카로 키우기 위해 전공학생 뿐만 아니라 전체학생
에게도 필수교양으로 바둑을 배우도록 권장하고 있다.

교수들 사이에서는 "바둑학과 후원모임"이 결성돼 있다.

내년에는 전국 대학생.고교생 바둑대회를 개최해 우수학생을 조기에 발굴.
양성할 계획이며 앞으로 컴퓨터바둑대회를 열어 바둑의 저변확대와 전국민의
바둑실력 향상에 기여할 생각이다.

현재 교수진은 한양대 영문과 출신으로 바둑해설가로 명성을 날리고 있는
프로기사 9단 정수현교수 1명 뿐이지만 앞으로 4~5명을 더 확보할 방침이다.

학생들은 졸업후 바둑학원과 초등학교, 문화센터 등에서 바둑교육을 담당
하거나 한국기원, 바둑CATV, 바둑잡지사, 출판사 등 바둑전문기관으로
진출할 수 있다.

또 바둑평론가로 활동하거나 바둑서적 집필가가 될 수 있으며 바둑소프트
웨어를 개발하는 컴퓨터회사 등으로 나갈 수도 있다.

이외에 해외바둑사범이 되거나 기업체에 특채돼 기우회 등을 지도할 수
있다.

한국기원이 발행하는 "바둑가이드" 정용진편집장은 "바둑학과 설립은
5천년을 이어온 바둑역사의 하나의 획기적인 사건이다.

단순한 놀이문화로 인식돼온 바둑이 학문으로 인정받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를 통해 서양에 일본 것으로만 알려져온 바둑을 우리 것으로 보급해
태권도처럼 우리나라의 위상을 높이는 역할을 담당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비슷한 기력의 학생끼리 스터디그룹을 만들어 바둑연구에 열의를
보이고 있다.

또 외국어와 컴퓨터 분야에도 많은 관심을 쏟아 바둑의 세계화, 현대화에
일익을 담당코자 한다.

재학생 성희천씨는 "바둑을 좋아하기 때문에 공부가 너무 즐겁다.

타과에서 배운 다른 학문과 바둑을 접목해 국내 바둑의 질을 한차원
높이고 싶다.

앞으로 어린이, 일반인, 여성들에게 바둑을 가르치는 지도자가 되는게
꿈이다"고 말했다.

바둑학과의 신입생 선발기준은 학생부 성적 45%, 수능 20%, 면접 및 구술
고사 5%이며 별도로 포석.행마.사활.끝내기 등에 관한 필답시험(30%)을
치른다.

<한은구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