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의를 신청한 기업수가 처음으로 법정관리 신청 기업수를 넘어섰다.

9일 서울지법에 따르면 올들어 화의를 신청한 기업은 35개사로 법정
관리를 신청한 29개사보다 6개사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의 경우 법정관리신청 기업이 17건인데 비해 화의를 신청한
기업은 4건에 불과했다.

이처럼 화의신청 기업수가 늘어난 것은 법정관리보다 채권자들의
동의를 얻기 쉽고 경영권이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화의를 신청한 기업은 올 6월말까지 6개사에 불과했으나 기아그룹
협력사인 서울차량공업이 화의를 신청한 7월말 이후부터 크게 늘기
시작했다.

특히 진로그룹 쌍방울그룹 뉴코아그룹 계열 등 29개사가 무더기로
화의를 신청하면서 법정관리 신청 기업수를 크게 앞질렀다.

7월말이후 법정관리를 신청한 기업은 해태상사 등 11개사에 그쳤다.

법정관리와 화의를 전담하고 있는 서울지법 민사합의 50부의 오석준
판사는 "경영진이 퇴진해야 하는 법정관리보다는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는 화의를 선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화의신청의 급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법무법인 태평양의 도건철 변호사는 "화의제도는 채권자수와 부채액이
적고 채권자들의 동의를 얻기 쉬운 회사에 맞는 제도"라며 "기업들이
경영권때문에 무리하게 화의를 신청해 오히려 문제해결을 어렵게 만드
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한편 법조계에서는 지난 62년 제정이후 단 한번도 개정된 적이
없는 화의법을 과감하게 손질,경제현실에 걸맞은 기업회생절차로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 김인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