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법인과 신용평가회사들이 불황의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불경기 여파로 법정관리와 화의신청이 잇따르면서
법원이 부실기업의 자산가치 평가나 채무실태조사를 회계법인 등에 의뢰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이에따라 한보 진로 삼미 기아 등 자산규모가 수조원에 이르는 기업들의
자산실사 등을 맡은 회계법인이나 신용평가사들은 수억원씩의 수임료를 받고
있다.

한보철강 등 그룹계열 5개회사의 재산실사를 맡은 안건회계법인의 경우
2억원 정도를 조사비용으로 받았으며 삼미의 재산실사를 맡았던 한국기업
평가도 2억5천만원 정도의 수임료를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진로에 대한 자산평가작업을 맡고 있는 한국신용정보 역시 3억원
정도는 챙길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올해 서울지법에 접수된 회사정리사건은 법정관리 27건과 화의 22건 등
총 49건에 달하고 있다.

이들 기업에 대한 재산실사작업을 맡고 있는 회계법인들은 기업규모에
따라 수억원에서 수천만원의 수임료 수입을 올리고 있다.

공인회계사 보수기준에 따라 책정되는 조사비용은 회사자산이 1조원일
경우 5천만원이다.

법정관리사건을 전담하고 있는 서울지법 민사합의50부는 현재 안건 산동
신한 영화 삼일 등 회계법인 13곳과 신용평가회사 3곳을 조사위원단으로
선정, 기업 규모에 따라 이들에게 돌아가며 사건을 맡기고 있다.

특히 회계법인의 경우 외부감사 비수기인 요즘 회사정리사건 수임을 통한
매출액늘리기에 한창이다.

또 조사비용은 법원이 신청회사로부터 재산보전처분결정과 함께 예납받기
때문에 떼일 염려가 없다는 이점도 있다.

다만 부실회사라는 고객의 형편상 외부감사 수임료보다는 훨씬 적은
액수를 받고 업무량도 다소 많은 것이 흠으로 지적되고 있다.

안건회계법인의 김홍만 회계사는 "법원의 요청에 따라 주로 부실기업에
대한 실사를 맡게 되는 만큼 크게 남는 장사를 하는 것은 아니다"며 "그러나
한보같이 큰 사건을 맡음으로써 회사 위상과 일에 대한 전문성을 키울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잠재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한 투자가치는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