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골퍼는 봉인가?''

''당신도 3백야드의 경험 예외가 아니다''

이같은 헤드라인의 골프클럽 시리즈광고로 눈길을 모은 (주)코텍의
김명식(45)사장.

그는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학 물리학박사, 하버드 경영대학원 출신으로
골프클럽제작에 뛰어든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라는 점에서도 관심을 끈다.

김사장은 금년초 ''맥킨리''라는 브랜드의 순수 국산클럽을 만들어 클럽시장에
돌풍을 몰고 왔다.

티타늄 단조헤드를 장착한 드라이버를 22만원에 내놓아 드라이버의 가격파괴
를 선도한 것.

또 중간 유통단계를 거치지 않고 직접 소비자를 상대하는 전략으로 외국
제품이 활개치는 국내 골프클럽시장에 순수 국산브랜드를 심어가고 있다.

특히 지난 9월초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골프용품쇼에 한국
업체로 유일하게 골프클럽을 출품해 외국업체와 어깨를 견주며 바이어들과
상담을 벌여 상당한 수출계약고를 올렸다.

러시아 미국 대만 등을 이웃삼아 하루가 짧다고 뛰고 있는 김사장과의
인터뷰는 이처럼 폭넓은 활동탓에 계속 걸려오는 전화로 여러번 중단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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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난 사람 = 김경수 < 체육부 기자 > ]

-독특한 광고카피로 유명하신데 "한국골퍼는 봉인가?"라는 발상은 어떻게
하게 됐습니까.

"골퍼들의 인식변화를 이끌기 위해 했습니다.

우리 골퍼들은 외제선호의식이 뿌리깊은데 그것을 조금이나마 전환시켰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하게 됐어요.

광고문안 하나하나를 제가 작성했는데 독자들로부터 많은 격려전화가
왔습니다"

-앞으로도 캠페인성 광고를 하실 건가요.

"물론입니다.

지금까지 18회 신문지상에 게재했으며 앞으로도 국산 클럽이 한국에 뿌리
내릴때까지 계속할 작정입니다"

-일본의 한 골프잡지가 한국인들의 왜곡된 일본클럽 선호의식을 특집으로
게재했고, 그 내용과 왜곡된 일부 보도에 대해 비판하는 기사를 본지가
싣기도 했는데 어떻게 보시는지요.

"그 보도내용의 골자는 "한국의 일부 극성학부모중에는 자식의 일제클럽
마련비용을 조달하기 위해 주부매춘도 불사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기사가 나온다는 것은 국가적 망신을 넘어 일본이 한국의 골프산업을
그만큼 얕본다는 뜻 아닙니까.

일제클럽에 매달리는 골퍼들도 문제이지만 국산클럽메이커들의 자성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공학박사출신으로 미국 유수회사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한 것으로 아는데,
어떻게 골프클럽 제조에 손을 대시게 됐습니까.

"미 웨스팅하우스사의 우주항공산업 분야에서 소재연구를 하다가 티타늄의
상용화에 착안하고 골프클럽 생산사업을 전개하게 됐습니다"

-순수 국산클럽인데 브랜드명을 "맥킨리"로 정한 이유가 있습니까.

"저희 의정부공장에서 제조되는 골프클럽과 티타늄헤드는 그동안 일본
미국등 세계 48개 클럽메이커에 수출되어 왔습니다.

모두 OEM(주문자상표부착)방식이었습니다.

마침 미국의 맥킨리사가 저희 제품을 써왔는데 금년부터 한국에서도 같은
브랜드로 사용하기로 하고 붙인 것입니다"

-금년초만 해도 유명 단조 티타늄드라이버 가격이 50만원을 상회했는데
어떻게 22만원의 파격적인 가격을 책정할수 있었나요.

"저희 회사에서 48개사로 수출되고 있는 모델중 일부가 국내에 역수입
되면서 저로서는 상상할수 없는 가격으로 판매되는 현실상황을 보면서 그
타개책으로 내놓은 가격입니다.

한국골퍼들이 외국회사의 봉이 돼서는 안된다는 생각에서였지요"

-다른 클럽의 절반수준으로도 채산을 맞출수 있었습니까.

"물론입니다.

제 계산으로 단조 티타늄드라이버의 원가는 아무리 비싸게 잡더라도
1백50달러를 넘지 않습니다.

헤드가 약 85달러이고 여기에 샤프트와 그립,마무리비용을 다 합쳐도
1백30달러가량밖에 안됩니다.

또 저희는 소비자를 직접 상대하기 때문에 중간유통마진을 절약할수
있었습니다"

-품질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던가요.

"저희 제품은 소비자들이 직접 찾아와 사가거나 한번 써본 사람의 입을
통해 전해 듣고 사는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직접 와 클럽을 맞추기 때문에 만족도가 높을수밖에 없습니다.

또 언제든지 애프터서비스를 해줄수 있는 여건이 있으므로 그 문제는
걱정거리가 안됩니다"

-코텍은 대리점을 두지않고 직접 소비자들에게 클럽을 파는 것도 한
특징인데요.

"그렇습니다.

한때는 대리점을 두고 물건을 공급하려고 했습니다만 그쪽에서 터무니없는
마진을 요구했습니다.

그 마진을 보장해주다가는 적정가격을 유지할수 없었기 때문에 무대리점
전략을 택했던 것입니다.

품질만 좋으면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얻을 것이고, 그 마진을 줄여 가격을
낮출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맥킨리를 공급해 달라는 일선 골프숍들의 요구가 거세 앞으로는
지방위주로 소수의 골프숍에 물건을 공급할 생각입니다"

-국내에도 대형 골프클럽 할인매장이 생겨나면서 소규모 골프숍들은 설
땅을 잃어가고 있는데 국내 골프유통시장은 어떻게 변할까요.

"소규모 골프숍은 경쟁력 상실로 점점 도태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그 골프숍들은 대신 클럽맞춤센터로 탈바꿈해야 할 것입니다.

미국에는 이런 클럽맞춤센터가 10만개정도 있습니다.

헤드 샤프트 그립 등 부분품을 비치해 놓고 고객의 특성에 따라 조립해
주는 시스템입니다"

-코텍에서도 그런 맞춤클럽 사업을 할 용의가 있습니까.

"시작할 것입니다.

저희는 헤드와 샤프트를 직접 제조할 능력과 시설이 있기 때문에 그것이
가능합니다.

희망자를 모집해 일정기간 교육시킨뒤 대리점 형태로 운영할 것입니다.

이른바 "맥킨리 피팅 센터"입니다"

-지난 9월 열렸던 라스베이거스 골프쇼에 한국에서는 몇개 업체가 참여
했습니까.

"저희 코텍이 유일합니다.

다른 때에는 1~2개 국내업체가 참가했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물론 성과가 컸겠지요.

"계량적 성과로는 1천1백만달러어치의 주문을 받았습니다.

저희는 헤드와 완제품을 동시에 출품했는데 자화자찬 같지만 두 분야 모두
폭발적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번 골프쇼에서 나타난 트렌드같은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을 꼽겠습니까.

"당분간 티타늄클럽이 골프클럽시장을 지배할 것이라는 확신입니다.

때마침 미국경제가 회복단계에 있다는 현실과 맞물려 세계 최대골프시장인
미국에서 티타늄 붐이 일고 있습니다.

골퍼들이 좀 여유가 생기면서 고가의 티타늄 클럽을 찾는 것이지요.

아직까지 미국은 스틸과 티타늄클럽이 8대2의 비율을 보이고 있지만
티타늄은 점점 점유율이 커지고 있습니다.

골퍼들은 또 골프를 단순히 레저수단이 아닌 퍼포먼스측면에서 접근하고
있습니다.

골프를 통해 성취욕구를 달성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고기능의 티타늄클럽을 찾는 것이지요"

-그럼 티타늄이후의 소재에 대해서는 당분간 대처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으로 해석해도 됩니까.

"그렇지는 않습니다.

지금 티타늄바람이 막 불기 시작했기 때문에 당분간 티타늄클럽이 정상을
고수할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저희 코텍만 해도 티타늄이후 소재에 대해 연구개발중입니다.

98년1월 미국 올랜도 골프쇼에 새로운 소재로 만든 헤드와 완제품을 출품할
예정입니다.

그 소재는 티타늄을 기본으로 하되 성능은 기존 티타늄보다 30%이상 향상된
것으로 보면 됩니다"

-세계 골프클럽시장에서 코텍의 선전을 기대해도 좋겠지요.

"물론입니다.

저희 티타늄헤드 제조기술은 이미 세계 유명메이커들이 인정했고, 이번
라스베이거스쇼에서도 입증됐습니다.

멀지않아 한국이 대만 일본 등을 제치고 골프클럽 명산지가 되도록 하는데
앞장서겠습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