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철씨 떡값과 DJ비자금설의 상관관계는(?).

법원이 13일 현철씨가 기업인들로 부터 받은 떡값성 활동비에 대해 조세
포탈죄를 적용, 유죄를 인정함으로써 국민회의 김대중 총재 비자금설에 어떤
영향을 줄지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검찰은 이로써 정치인이 대가성 없이 자금을 받았더라도 자금 세탁 등
부정한 방법을 통해 과세관청의 세금부과를 회피한 사례에 대한 처벌 근거를
"귀중한 판례"로 확보했기 때문이다.

또 이를 통해 검찰내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는 김총재 비자금설에 대한
수사착수 여부의 결정적 단서가 될 수도 있어서이다.

그러나 외견상 검찰의 입장은 달라진게 별로 없어 보인다.

박순용 대검 중수부장은 "이번 판결로 검찰이 곤혹스러울 것이 무엇이냐"고
반문한뒤 "적용법률 검토대상에 하나 더 들어갈 뿐이고 궁극적으로는 대법원
판결이 나와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애써 의미를 축소했다.

그러나 신한국당 폭로대로 김총재가 기업의 돈으로 비자금을 조성하고
이를 차명계좌 등을 통해 관리했다면 청탁이나 대가성이 없는 순수한 정치
자금이나 대선자금이라 하더라도 조세범처벌법상의 "사기 또는 부정한 행위"
를 통해 세금추적을 피한 것으로 수사가 불가피한 상황이 된다.

검찰은 이번 판결로 검은 자금의 수수와 은닉행위에 대해 "사법처리 근거"
를 따내긴 했지만 "DJ 비자금설"이라는 대형 사건을 앞에 놓고 기로에 선
현재 입장에선 오히려 부담을 떠안게 된 셈이다.

그러나 이번 판결이 확정된 판례가 아니라 상급법원의 판단을 남겨놓고
있다는 점과 현철씨에게 조세포탈의 고의성은 인정됐지만 목적성은 인정되지
않았다는 점 등 법률적 논란거리를 남겨놓고 있어 DJ비자금설과의 연결고리가
아직까진 뚜렷해 보이지 않는다.

재판부는 금융실명제 위반과 차명계좌 이용을 "사회통념상 도의나 경제
윤리에 반하는 부정한 행위"라고 못박고 현철씨가 받은 돈이 과세대상이란
사정을 충분히 알 수 있었던 상황에 비춰 고의성이 인정된다고 판시한데
대해서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범행의 목적성이 분명하지 않은 상황에서 고의성만으로 처벌할 수 있느냐는
법해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현철씨를 탈세 의도를 가진 목적범으로 기소했지만 법원은 "자금을
은닉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세금을 탈루하게 된" 고의범 정도로 판단한 것이다

따라서 검찰의 공소 의도가 1백% 인정되지 않은 판례를 "DJ" 비자금이나
"떡값" 등과 같은 정치인 수수 자금에 대한 처벌의 근거로 삼아 수사의
무게를 실을 수 있을 지 아직은 미지수이다.

< 김문권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