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 상암지역에 월드컵 주경기장을 짓기로 한 데는 크게 두가지 이유가
고려됐다.

우선 시유지로서 건설비가 다른 곳에 비해 적게 든다는 것을 꼽을 수 있다.

또다른 하나는 상암지역이 그동안 개발의 축에서 벗어나 다른 곳보다
개발이 덜 된 지역이라는 점이다.

김학재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선정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지역이 대부분
시유지로서 개발보상금 등이 적게 들어가는데다 개발 낙후지역으로서 시가
언젠가는 개발의 손을 대야 할 곳"이라고 밝혔다.

그러니까 돈을 최대한 아끼면서 낙후지역을 개발하겠다는 이중의 포석을
깔고 있는 셈이다.

사실 이곳에 월드컵 주경기장이 들어설 경우 인근 수색택지개발지구 등과
연계해 엄청난 개발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성산 수색 등을 지나가는 지하철 6호선이 오는 99년 개통예정이다.

또 99년에는 가양대교가 완공되고 제2성산대교의 건설도 계획돼 있다.

인근 수색지구에는 수서보다 큰 42만평 규모의 택지가 개발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월드컵 주경기장이 이 지역에 들어설 경우 새로운 도로의
개통등도 잇따를 수 밖에 없다.

시는 자유로에서 주경기장으로 들어가는 도로 등 5군데정도의 확장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공원 등 각종 부대시설도 들어 설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수색 상암 성산지역이 일산 신도시와 같은 미니도시형태로 개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의 새로운 부도심이 탄생하는 셈이다.

그러나 이같은 청사진을 달성하는 일은 결코 쉽지만은 않다.

우선 당장 재원조달이 문제다.

상암지역에 건설할 경우 들어갈 돈은 어림잡아 4천8백억원정도.

"도로개통에만 1천7백억원정도가 필요하다"(권오호 서울시 내무국장).

하지만 시의 내년예산에는 전혀 잡혀있지도 않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정부와 재원부담률을 전혀 합의하지 못했다.

시는 당초 정부에 두가지 안중 하나를 택하라고 요구했었다.

경기장 건축비와 토지보상비용 등 총건설비의 70%를 부담하던지 아니면
경기장 건축비를 전액 내놓던지 둘중 하나를 택하라고 얘기했었다.

하지만 정부는 경기장 건축비의 30%만 주겠다는 입장이다.

"재원부담문제는 앞으로 정부와 심도있게 논의해야할 사항"(김학재 부시장)
이라는 서울시의 설명에는 정부가 밝힌 건설비부담액은 말도 안된다는
뉘앙스가 깔려있다.

결국 정부와 시가 밀고 당기는 싸움을 하게 될 것은 뻔하다.

또 상당부분 민자가 유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다른 문제는 이 지역이 쓰레기 매립지인근이라는 점.

현재 안정화사업을 하고 있지만 냄새를 완전히 없애는 데는 30년정도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월드컵이 열리는 시점은 여름이다.

선정위원회가 상암지역을 결정하면서 쓰레기처리장의 안정화 대책을
포함해 이미지개선 등의 지역정비를 요청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조주현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