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벌을 가득 메운 태극기 물결.그것은 온 국민을 하나로 묶는 감동의
깃발이었다.

98 프랑스 월드컵축구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B조 한국과 아랍에미리트연합
(UAE)의 경기가 벌어진 4일 잠실주경기장.

관중석을 가득 메운 6만여 관중과 가정에서 거리에서 한국의 승리를
기원하는 국민은 이때만은 개개인을 떠나 모두 한마음이 됐다.

이날 경기는 지난번 극적인 역전승을 이끌어낸 한일전 뒤 첫 경기여서인지
시작전부터 뜨거운 열기가 감돌았다.

경기시작 5시간 전인 오후 2시부터 이미 잠실경기장 주변은 경기를
보려는 시민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이날 경기에는 고건 국무총리 김종필 자민련총재 이한동 신한국당대표
조세형 국민회의 총재권한대행 등 정치인들도 대거 참관했다.

1만여명의 "붉은 악마"응원단도 어김없이 관중석 한자리를 차지하고
북과 꽹과리를 치며 관중들의 응원전을 주도했다.

경기 도중 시내 곳곳은 인적이 끊긴채 한적한 풍경을 연출했고 한국
선수의 멋진 골이 터질때마다 TV를 지켜보던 집집에서는 탄성과 환호가
터져 나왔다.

경기가 시종일관 한국의 우세속에 3대0으로 끝나는 순간 경기를 지켜본
시민들은 새삼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을 새기는 모습이었다.

아파트 단지 곳곳에서는 이웃주민끼리 어울어져 간단히 맥주를 차려놓고
기쁨을 나누는 자축파티가 밤늦게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시민들은 "이번 승리로 월드컵 4회연속 진출은 따놓은 당상"이라며
"온국민의 염원이 한 데 뭉친 결과"라고 입을 모았다.

< 김준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