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평생을 건설현장에서 흙먼지와 함께 살아온 인생이 있다.

극동건설 호남선 복선화 노반신설공사 3공구 현장인 전남 함평군에서
70대의 젊음(?)을 과시하고 있는 조원득(75)옹이 바로 그사람.

50대로 보일만큼 젊음을 유지하고 있는 조옹은 아침 5시에 잠을 깨
6시30분이면 어김없이 공사현장에서 하루작업을 계획한다.

그가 현재 맡고 있는 직책은 현장작업반장.

"흙차가 현장에 오기전에 나가 있어야 잡석이나 나무같은 것을 섞지 않으며
부실공사를 막는 지름길입니다"

남들보다 먼저 현장에 나가 있는 이유를 그는 이같이 설명한다.

10년전 65세나이에 정년퇴직을 했지만 그의 경험과 꼼꼼함이 여전히
"현역건설인"으로 남게 하고 있다.

조옹은 14세 소년시절부터 흰머리가 나부끼는 지금까지 60여년의 세월을
공사판에서 지낸 건설현장의 산 증인이다.

압록강다리, 금강산도로, 아산만 방파제 건설 등 국내 대형 토목현장에는
항상 그가 있었다.

그는 하루 일과를 빠짐없이 수첩에 기록할 정도로 꼼꼼하다.

공사일정과 지출한 돈, 세금내역 등 13가지 항목으로 나눠 정리한 그의
수첩에는 전화요금 음료수값까지 단정한 필체로 적혀있다.

그의 성실함과 꼼꼼함은 그대로 현장에서 반영돼 그가 작업하는 공사현장
에서는 단 한건의 부실공사도 발생하지 않는다.

시중은행의 간부로 근무하고 있는 두아들과 유치원 원장을 하고 있는 딸은
아버지의 건강을 염려, 일을 그만 두기를 원하지만 그는 한사코 뿌리친다.

"늙었기 때문에 그만두라는 말이 나올까 가장 두렵다"는 그는 "아침일찍
일어나 아침햇살을 받을때 가장 행복하다"고 말한다.

구수한 인상과 검게 그을린 피부는 외길인생을 걸어온 한 전문건설인의
모습을 엿보게 한다.

<광주=최수용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