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반짝하는 지원책이 아니라 산업의 대들보를 키워낼 수 있는
장기적인 비전을 가진 벤처지원책이 필요합니다"

세계적인 네트워크장비 개발업체인 미국 자일랜사의 한국인 CEO
(최고경영책임자) 김윤종 (미국명 스티브 김.48) 사장은 자신이
벤처캐피탈의 자금지원을 받아 일어선 것을 예로 들며 한국정부나
민간기업의 장기적인 벤처지원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서강대 전자공학과 69학번인 김사장은 76년 맨주먹으로 도미, 기술력으로
세계 4위의 네트워크장비업체 자일랜을 일궈낸 엔지니어출신 경영인.

그는 93년 벤처캐피탈로부터 3천만달러의 자금을 지원받아 자일랜을
설립했다.

첫 제품을 낸 95년에 네트워크장비인 스위치를 3천만달러어치 판매한데
이어 지난해에는 1억3천만달러 (약 1천2백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연 3백33%의 성장을 한 셈이다.

김사장은 올해 목표치는 2억달러도 문안하게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같은 성장세에 미국 LA타임지는 자일랜을 초고속성장 1백대업체중 1위
업체로 선정했다.

또 미국의 유력 컴퓨터잡지인 네트워크저널은 지난해말 김사장을 세계
네트워크업체의 가장 영향력있는 경영인으로 꼽기도 했다.

자일랜은 현재 전세계 65개국에 지사를 두고 스위치장비를 판매하고
있으며 IBM과 히타치 알카텔 삼성등 컴퓨터업계의 대부 업체들에 OEM
(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으로 공급중이다.

김사장은 "좋은 아이템을 잡아 적절한 시기에 시작해 오늘이 있게
된 것은 기술력이외에도 미국의 풍부한 벤처자금지원 때문이었다"며
"한국의 젊은이들의 좋은 아이디어와 근성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벤처지원 풍토가 아쉽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에서 불고 있는 벤처기업 지원붐에 대해서는 "한차례 불었다
사그라드는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풍토로 자리잡아 나가야 한국이 국제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사장은 한국인들이 벤처기업인들에게 필요한 도전정신과 아이디어,
추진력 등의 3박자를 고루 갖추고 있어 지원만 된다면 벤처기업가들이
한국산업의 밑바탕을 굳건하게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강을 빛낸 기업인"으로 꼽혀 1일 모교인 서강대로부터 상을 받는
김사장은 이날 서강대 김대건관에서 "벤처기업의 성공조건"이라는
제목으로 공개 강좌도 할 예정이다.

또 정부관계자 및 정보업계 경영자들이 참석하는 정보관리협회 (ICAT)
주최 세미나에도 참석, "정보통신업계의 현황과 전망" (가칭)이라는
제목으로 기조연설도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