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철(60) 하나은행 회장.

그는 언제나 화제의 주인공이다.

지난 91년 은행으로 전환한 하나은행을 단 2년만에 ''한국의 최우수은행
(유러머니지 선정)으로 성장시킨 ''하나은행신화''를 창조했다.

지역하나은행주의 등 독특한 기업문화로 ''기업문화대상''을 받았다.

지난 94년 국립발레단의 ''해적'' 공연때는 직접 무대에 올라 ''춤추는
은행장''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지난해엔 ''하나가 없으면 둘도 없다''라는 책을 펴내 글솜씨를 유감없이
펼쳐 보이기도 했다.

지난 2월엔 ''무한장수''가 보장되는 하나은행장자리를 미련없이 내놓아
금융계에 신선한 충격을 몰고 왔다.

그런가하면 하나은행 상근회장으로 재직하면서 ''은행회장제''로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는 새로운 모델을 창출하고 있기도 하다.

지난 60년부터 금융계에 근무한 산증인이자 다른 은행으로부터 은행장영입
''0순위''로 꼽히면서도 "뒷방 늙은이가 뭘"하며 애써 나서기를 꺼려하는
윤회장을 만나 최근의 금융위기 타개책과 바람직한 은행경영방법에 대해
들어봤다.

[ 인터뷰 = 하영춘 경제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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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사태이후 대기업들의 부도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특히 기아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은행과 종금사 등 금융기관들의 존립기반
마저 흔들리고 있는데, 현재의 금융위기를 어떻게 보시는지요.

"금융이 어렵다는건 곧 기업이 어렵다는걸 의미합니다.

금융자산은 기업부채이기 때문이죠.

따라서 금융기관만 나서서는 금융위기 해소를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고 봅니다.

정부 기업 금융기관과 전국민 모두가 심기일전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타개책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주신다면요.

"현재 두가지 논의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정부가 특단의 조치를 내놓아야 한다는 시각과 경제논리로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한 상태입니다.

둘다 일리있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과거의 경험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이들의 주장대로 정부가 특단의 조치를 취한다면 단기간에 가시적인 효과가
있을 것은 확실합니다.

그러나 경제규모가 과거보다 커진 상황임을 감안하면 경제현상을 호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마치 경제논리대로 위기를 풀어가야 한다는 말로 들리는데요.

"결자해지를 하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문제가 된 기업이 이제와서 정부에 손을 벌리는 것은 국민정서에 맞지
않습니다.

환골탈태의 자세를 먼저 보이는게 중요합니다.

"이만큼 노력하고 있다"는 모습을 먼저 보여준 뒤에 정부의 뒷받침을
요청하는게 순서입니다"

-은행만으로 범위를 좁힌다면 어떻습니까.

무턱대고 기업이 잘못돼 은행이 흔들린다고 주장하는건 무리라고 생각되는
데요.

"맞는 말입니다.

은행들이 일찍부터 자율적인 경영터전하에서 수익성위주로 영위해왔으면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게 사실입니다.

금융계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부끄러운 마음을 금할 수 없고요.

이번 기회를 활용, 은행들도 과거의 경영패턴에서 과감히 벗어나려는
노력을 보여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좀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죠.

"우선 부실여신 해소를 위한 노력을 선행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정부가 신용질서를 바로잡기위해 뭔가 해주겠지"하는 식으로
안일하게 생각한다면 더 이상 생존이 힘들게 될 것입니다.

은행도 모름지기 주주와 직원 고객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해야만 존립할 수
있다는걸 명심해야 합니다"

-이번 기회에 은행의 퇴출을 자유롭게해 구조조정을 촉진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습니다만.

"기본적으로 금융업의 진입퇴출은 시장기능에 맞겨야 한다고 봅니다.

금융자율화를 시행한뒤 거기에 적응하지 못하는 은행은 자연스럽게 도태
되도록 해야 하는 것이죠.

그렇다고 정부가 어떤 의도를 갖고 인위적 합병 등을 꾀하는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은행들의 자율경영여건과 예금자보호장치를 확실히 갖춘 뒤에 은행들의
자율조정에 맞기는게 바람직합니다"

-하나은행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금융업종이 어려우면 개별 은행도 다 어려워지는 것 아닙니까.

하나은행은 지난 91년 은행으로 전환한 뒤부터 운이 아주 좋았다고 봅니다.

당시 단자사에서 은행전환을 결정한 것도 현명했고 현재까지 진행과정도
좋은 편입니다.

굳이 비결을 따지자면 향후 금융업에 대한 전망을 세운후 그에 착실히
대비해온게 실효를 거두고 있다 하겠습니다.

만일 종금사로 남았다면 현재의 종금사 위기를 고스란히 겪었을 것
아닙니까"

-은행권에서는 사실상 처음으로 상근회장으로 근무하고 계시는데요.

"은행경영에는 거의 관여하지 않고 경영진의 자문에만 응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명예직에만 머물고 있지 않고 나름대로 상근회장의 역할을
만들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말씀하신다면.

"경영진과 주주들과의 교량역할을 충실히 하려고 노력중입니다.

이제 국내은행들도 경영방식에 대해 생각해볼 시점이 됐습니다.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건 역시 주주입니다.

주주가 경영에 관심을 갖고 격려하면 경영자는 힘을 얻게 됩니다.

따라서 주주들의 경영에 대한 관심을 끌어내는게 중요합니다.

물론 소유지분제한으로 한계가 있는건 사실이지만 은행회장이 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 모델을 창출하는게 희망입니다"

-주주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은행의 확실한 주주가 필요하고
그러자면 소유지분한도제한이 완화되는게 필수적 아닙니까.

"옳은 지적입니다.

흔히들 은행에 주인을 찾아주면 은행이 마치 사금고로 전락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습니다만 그렇지 않습니다.

우선 은행소유에 대한 메리트가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정기예금수준의 배당도 못하는 은행이 수두룩한 형편입니다.

더욱이 은행에 대한 감독이 강화되는게 세계적 추세입니다.

주주에 대한 대출을 제한하는 등 엄격한 감독체계를 갖춰 주주들이 은행을
제멋대로 하는 것을 원천봉쇄한다면 별다른 문제는 없을 것입니다"

-지금처럼 소유지분이 제한된 상황에서도 주주들의 지지와 성원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그렇습니다.

얼마전 새로 은행장이 된 분에게도 비슷한 말씀을 드린적이 있습니다.

은행장이 제대로 은행경영을 하려면 은행경영에 관심과 식견을 가지고
있되 욕심이 없는 양식있는 주주를 확보하는게 시급하다고 말입니다.

예컨대 최대 소유지분인 4%를 가진 주주 5명을 확보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그런 뒤 주요사안에 대해 주주들과 상의하고 허락을 얻어 실행하면
은행장이 중도에 물러나는 불미스런 일도 사라질 것입니다"

-은행장 이야기가 나온김에 은행장이 갖춰야 할 덕목을 꼽는다면
무엇입니까.

"역사의 변동기에 경영자에게 가장 중요한건 역사의 흐름을 미리 알아볼
수 있는 시각을 갖추는 것입니다.

그래야만 미리 대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권위를 갖는 것도 아주 중요합니다.

권위는 다른게 아닙니다.

단순히 결과와 현상만 중시하는게 아니라 모든 업무처리과정을 투명화하고
객관화해서 종업원들로부터 진정한 지지를 얻는 것입니다"

-은행경영에 대해서도 한말씀 해주시지요.

"가장 중요한건 역시 사람입니다.

경영진이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해도 직원의 행동이 따라주지
않으면 쓸모없기 때문이죠.

따라서 직원연수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특히 창조적인 사고를 가진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적극 활용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속된 말로 "튀는 놈이 한건한다"는 생각을 가져야지 어떤 틀에 맞게
직원들의 사고방식을 제단하려하면 곤란합니다"

[[ 약력 ]]

<>37년 경남거제출신
<>거제하청고 부산대법학과 졸업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 최고산업전략과정 수료
<>60년 농업은행 입행
<>63년 전국경제인연합회 조사과장
<>66년 한국개발금융설립준비위원
<>77년 한국투자금융 부사장
<>80년 장기신용은행 상무
<>82년 한국투자금융 전무
<>85년 한국투자금융 사장
<>91년 하나은행장
<>93년 국립발레단 후원회장
<>97년 하나은행 상근회장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