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횡성군 안흥면 성산리에서 낙농업을 하는 유모(46)씨는 불과 3년전
만 해도 서울의 한 중견 기업체간부였다.

대학졸업후 비교적 성공적인 회사원으로 서울에서 살았지만 나이 40이
넘으면서 직장생활이 더이상 비전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 94년11월 사표를
내고 횡성에 내려가 소를 키우기 시작했다.

귀농 3년째인 유씨는 현재 젖소 24마리를 키우면서 연간 3천만원 정도의
소득을 올리는 성공적인 귀농인중의 한 사람이다.

이같은 시골로의 귀향, 이른바 U턴현상이 경기침체의 장기화와 고용불안의
확산속에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농림부의 집계에 따르면 92년까지는 연간 5백가구 미만이던 귀농가구수가
95년에 9백22가구로 늘더니 96년에는 2천60가구로 급증했다.

올들어서는 월평균 2백가구이상씩 8월까지 약 2천가구 정도가 시골로 내려
간 것으로 추계되고 있다.

두드러지는 현상은 귀농가구의 절반가량(46%)이 40세미만의 고학력 청장년
층이라는 사실이다.

농촌인구의 대부분이 노령층인 것과는 좋은 대조가 되고 있다.

한때 논팔고 밭팔아 서울로 서울로 향하던 사람들이 다시 농촌으로 U턴하고
있는 것은 서울에서의 삶의 질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음을 반영한다.

뿐만 아니라 명예퇴직 조기퇴직 등 고용불안 확산으로 불안해진 직장인들이
귀농을 새로운 대안으로 고려하고 있는 결과다.

농촌으로 돌아가려는 사람들이 늘면서 농촌진흥청과 농협 등에서는 귀농자
를 위한 상담 및 교육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농촌진흥청본부가 운영하는 농업인상담실의 경우 통상 영농상담이 주된
업무이지만 "올들어서는 전화상담 10건가운데 한 건 정도는 귀농에 관한
상담으로 바뀌었다"고 상담실 조병철씨는 밝힌다.

특히 명예퇴직이나 조기퇴직 등으로 목돈을 마련한 사람들이 농업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 같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고용불안의 시대에 귀농이 새로운 선택으로 각광받으면서 "회사
때려치우고 장사나 해볼까"라는 직장인들의 농담도 "시골가서 농사나 지을까"
로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귀농자가 많다고 해서 모두가 성공적이라고는 할 수 없다.

농사를 짓는다는게 보는 것처럼 낭만적인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또 인건비 등 생산원가가 매년 올라가고 있어 채산성도 해마다 떨어지고
있다.

귀농인 유씨는 "서울에서의 회사원생활보다 육체적으로는 훨씬 더 고달픈
데다 수입개방 등으로 농산물값이 하락해 수지를 맞추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 김정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