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질이나 운동마비 등 뇌신경질환의 발병원인이 세계 처음으로 규명돼
이의 치료법 개발연구에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포항공대 생명과학과 신희섭 교수팀은 유전자적증기법을 이용, 뇌세포가
포스포리파제C (PLC)란 효소의 반응을 통해 전달되는 서로 다른 외부신호를
구별하고 반응하는 방식을 규명, 과학전문지 네이처 (9월18일자)에
발표했다고 19일 밝혔다.

신교수팀은 특정유전자만의 기능을 제거한 생쥐를 만드는 유전공학기술인
유전자적증기술을 이용, PLC효소중 뇌에서 동시에 존재하는 PLC 베타1,
베타4 유전자가 각각 결손된 변이생쥐를 생산해 관찰한 결과, 베타1
유전자변이생쥐는 간질을 일으켜 죽는 반면 베타4 유전자변이생쥐는
특이한 하반신 운동마비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다.

두종류의 PLC 유전자가 뇌에 존재하는데도 불구하고 결손시 서로 다른
신경질환을 나타내는 것은 베타1과 베타4 유전자가 중복되지 않는 고유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는 것이다.

신교수는 "이번 연구결과 베타1유전자는 대뇌부위에서 아세틸콜린계
신호전달에 관여하고 베타4유전자는 소뇌에서 글루탐산 신호전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세계 처음으로 증명해냈다"며 "이는 간질과 운동마비를
일으키는 유전자확인 및 그 작용기전을 밝혀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박사는 또 "간질 치매 뇌출혈 운동마비 등의 뇌신경질환은
신경세포내에서 정상적인 신호전달이 이루어지지 못할 때 발생하는 것으로
추측된다"며 "이번 연구결과를 활용해 각종 뇌신경질환 치료법개발을
앞당길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김재일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