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국적선택권 침해와 혈통의 순수성사이에 사회적 논란을 빚어온
현행 국적법이 마침내 부모양계혈통주의원칙에 따라 개정되게 됐다.

이는 우리나라의 국제결혼건수가 공식통계만으로도 연간 7천~1만쌍에
이르는 등 더이상 순수혈통주의만을 고집할 수 없게 된 사회변화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연간 국제결혼건수는 <>90년 이후 한국여자와 외국남자
와의 결혼신고접수건수가 2천~3천쌍 <>재일동포여자와 일본인남자의 일본법에
의한 결혼이 5천~6천쌍에 이른다.

또 한국여자가 국내에서 외국인과 동거하면서 자녀를 낳고 생활하는 경우
만도 외국인근로자와 한국여성이 결혼한 경우를 포함해 5천쌍에 이르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개정작업은 이러한 국제결혼 등 인적교류의 증가와 여성 지위 향상,
혼혈아동의 국적취득권보장의 필요성 등 시대추세를 반영한 것이라는 것이
법무부관계자의 얘기다.

일본의 경우 지난 84년 국적법을 개정하면서, 중국은 80년 국적법을 최초
제정할 때부터 부모양계혈통주의를 국민의 요건으로 채택했었다.

법무부는 이와함께 우리국민과 결혼한 외국인의 국적취득절차를 보다
강화했다.

우리국민과 결혼했더라도 국적취득요건을 국내에서 3년이상 거주토록 하고
국어능력과 풍습에 대한 이해 등 기본소양을 갖추고 있는지를 심사해 귀화
여부를 결정토록 한 것이다.

심사단계에서 위장결혼 등 문제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귀화를 불허할 수
있으며 필요한 경우 강제퇴거조치도 가능하다.

실제 자국민과 결혼했다는 이유만으로 외국인에게 곧바로 국적을 주는
국가는 우리나라와 대만, 스위스 정도라는 것이 법무부측의 설명.

그러나 부모양계혈통주의의 정착을 위해 해결해야 할 현실적인 문제도
적지않다.

상당수 외국에서 출생해 생활하는 선천적 이중국적자의 경우 우리국민으로
서의 인식도 없고 한국국민으로서의 권리나 의무관념도 없는 유명무실한
국민이 될 가능성이 높기때문이다.

또 현행 민법이나 호적법은 자녀의 성, 본, 입적에 관해 부의 성과 본을
따르도록 하고 있다.

어머니가 우리국민이면 아버지가 외국인이 경우에도 그 자녀도 우리국민이
되도록 하고 있는 개정안에 따르면 그 자녀의 성, 본, 입적문제가 해결되야
한다.

법무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적정리를 강제하기 위해 국적
선택제도를 신설하고 민법 및 호적법 등 관련법령을 정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중국적인 남자의 경우 병역관련 제한규정을 신설, 병역의무를
면제받기 위해 국적을 이탈할 수 없도록 국적회복허가신청시 병역면탈을
목적으로 국적을 이탈한 자에 대해서는 국적회복을 불허하도록 근거규정을
신설했다.

그러나 국적정책은 남녀평등이나 남녀차별의 요소뿐만 아니라 문화적,
사회적 특수성에 따라 결정될 문제라는 점에서 이번 개정안의 국회통과를
둘러싼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는 것이 법조주변의 관측이다.

< 이심기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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