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삼각형의 지붕 2개를 덮어씌운 화려한 모습에 관중석 6만3천60명규모를
갖춘 아시아최대 축국전용구장.

필드의 엔드라인에서 불과 4.5m 떨어진 관중석에서 선수들의 숨소리까지
듣도록 한다"

일본 사이타마현이 내달 건설에 들어가는 2002년 월드컵축구전용구장의
청사진이다.

사이타마현 축구전용구장 건설에 들어가는 총공사비 7천억원선의 절반
상당을 월드컵공채로 충당할 예정이다.

은행대출금으로 이미 필요부지의 97.6%를 매입했다.

"기념비적 경기장" 건설을 위한 준비를 끝내놓고 있는 셈이다.

사이타마현은 당초 2001년 10월에 완공하려던 계획을 1년간 단축키로 했다.

국내프로경기인 J리그는 물론 국제경기까지 유치해 구장운영의 질적 수준
까지 최고화한다는 계획이다.

월드컵경기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는 곳이 사이타마만은 아니다.

오이타현도 4만3천명을 수용할 수 있는 개폐식 스타디움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지자체 월드컵조직위가 똘똘 뭉쳐 완벽한 월드컵을 목표로 뛰고 있는
것이다.

월드컵공동개최가 결정됐을 때만 해도 일본은 내심 시큰둥했었다.

"한국과 공동개최를 하면서까지 굳이 월드컵을 유치해야 하는가"라는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나오기도 했다.

뒤늦게 유치경쟁에 뛰어든 한국에 완패한거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어떠했던가.

"공동개최로 결정이 나긴 했지만 유치경쟁에서 사실상 일본을 누른 것"
이라며 요란법썩을 떨어댔다.

월드컵개최에 따른 경제적 효과를 홍보하는데 열을 올렸다.

지난해 5월31일 공동개최결정 직후 조직위원회를 발족하고 월드컵축구
지원법도 만들었다.

그러나 1년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기본인 전용구장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는 "충분한 건립비용을 대주면 전용구장을 짓겠다"고 돈 타령만하고
있다.

정부도 다른 국제대회와의 형평성을 감안, 전용구장건설비 지원에 소극적인
입장이다.

월드컵유치때 내건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치고 그저 남의 일인양
팔장만 낀채 눈치만 살피고 있다.

일본에 있는 한국인들은 행사때면 "2002년 월드컵 한.일공동개최의 성공을
바라며"라는 현수막을 내건다.

월드컵공동개최로 "가깝고도 먼" 두나라사이가 더욱 가까워질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번 유치경쟁에 이어 월드컵개최를 위한 준비에서도 또다시 일본을
누를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김경식 < 도쿄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