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 애오개, 성북 미아리고개, 은평 박석고개...

서울의 고개들이다.

고개는 먼 옛날부터 서민이나 장꾼들의 교통.물류 통로가 돼왔던 곳.

굳이 "단장의 미아리고개" "울고넘는 박달재" 등 통속적 유행가 제목을
대지 않더라도 이름에서부터 구구절절한 사연들이 배어나는 이유다.

서울시 시사편찬위원회는 다음달 중 서울시내의 2백41개 모든 고개에
얽힌 역사적 사건 또는 전설 등을 자료사진과 함께 소개한 "서울의 고개"를
발간한다.

여기 실릴 서울 고개들의 지명 유래를 소개한다.

<> 박석고개 = 은평 성동 마포 강남구의 박석고개는 비가오면 길이 질어
편편한 돌을 길에 깔았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창경궁 북쪽에 위치한 종로구 박석고개는 연건동에 있던 경모궁의
출입구로 지맥을 보호하기 위해 박석을 깔았던 고개다.

<> 애오개 = 예부터 애오개 아현 아이현 등으로 불렸다.

애오개는 애고개가 변형된 말.남쪽 만리재와 북쪽 대현 등 두 고개
중간의 작은고개라는 뜻이다.

조선시대 아기무덤은 서소문 밖에 두게 했는데 그래서 이 주변에
아기무덤이 많아 애오개라 불렸다고 하기도 한다.

<> 남태령 = 사당 사거리에서 과천 쪽으로 있는 서울과 경기의 경계.

본래 여우고개였다.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의 무덤인 융릉 가는 길에 고개이름을 묻자
과천의 이방이 임금에게 차마 여우고개란 말을 못하고 서울에서 남쪽으로
처음있는 고개, 즉 남태령이라 둘러댄데서 유래됐다.

<> 미아리고개 = 성북구 돈암동에서 정릉천을 지나 의정부로 이어지는
고개.

일명 되너미고개다.

미아7동 미아사 때문에 생긴 이름이라고 하기도 하고 일제시대 미아리
공동묘지의 이름에서 유래됐다고도 한다.

되너미고개는 병자호란때 되놈 (오랑캐)이 넘어온 고개라는 뜻.

이밖에 고개를 넘으려면 힘이 너무 들어 밥을 되(다시)먹어야 하는 데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얘기도 있다.

<> 진고개 = 명동 세종호텔 뒤쪽 충무로에 있던 고개.

고갯길의 흙이 몹시 질어 비만 오면 지나다니기 곤란하다 하여 붙인
이름이다.

< 김주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2일자).